[사설]

18일 오후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에 공장들이 빼곡히 차 있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난립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나오는 쇳가루와 비산먼지 등으로 암과 호흡기질환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엊그제 환경부는 전북 익산의 한 비료공장에서 나온 발암물질 탓에 인근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불과 며칠뒤인 19일에는 인천시 사월마을의 주민건강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이 마을도 주변에 위치한 소규모 공장들에서 발생한 먼지와 쇳가루 등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집단으로 암이 발병했고, 호흡기 질환·피부병이 끊이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건강 피해가 공식적인 잣대로 저울질되는 것이다.

정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인 익산 장점마을은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비료공장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됐다. 넉달전에 있었던 주민설명회때만 해도 정부는 인과관계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판단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를 마무리하려 했다. 암과 같이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항의끝에 고농동의 발암물질 배출과 주민들의 암 발생비율 등을 근거로 연관성이 높다는 결론을 발표하게 됐다.

폐기물처리를 비롯해 주물, 철공소, 목재업체가 대거 몰려있고 폐기물 수송도로와 인접한 인천 사월마을의 경우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인과관계와는 별도로 마을 전체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곳 역시 환경부의 공식 조사결과에 따라 소송 등 큰 파장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여러 업체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인과관계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문제의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조치로도 주민들을 발병이전으로 돌려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국의 주민건강 역학조사 상황은 환경오염 문제의 '사전주의' 중요성을 말한다. 실제 관계 입증이 안되더라도 환경보호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적절한 사전조치가 취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회복·치유는 물론 그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만으로도 너무 큰 대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충북, 특히 청주권 주민들로서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소각장으로 인한 북이면 주민들의 건강영향평가가 예고되어 있는 가운데 오창 후기리 폐기물소각장 건립 인허가과 관련된 환경영향평가가 현재 막바지 단계에 있다.

더구나 이번 북이면 사례는 폐기물소각장과 관련된 첫 주민건강 역학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국 소각량의 18%가 몰려있는 청주권으로서는 앞날의 대기환경과 직결된 문제다. 그렇다고 적어도 2~3년이 걸린다는 역학조사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 환경오염 영향과 관련된 최근의 조사·결과들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환경 관련 '사전주의' 차원에서도 적절한 조치가 사전에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든, 행정절차든 소각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 추가로 더해질 주민건강영향조사는 더 큰 원군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를 매듭지을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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