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노동존중' 이대로 시행되면 다 죽는다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주 52시간제'가 지난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300인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정착단계에 있는 가운데 내년 1월 1일부터 50~299인 중소기업 실시된다. 그러나 법 시행이 1단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들은 내년 경기상황이 불투명하고 현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역시 보완대책을 내놓는 등 제도 안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주52시간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와 정부가 내놓은 보완대책 그리고 중소기업·경영계의 반응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 경영자는 '인력수급', 근로자는 '임금문제'

충북 청주의 산업용품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당장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제'가 부담스럽다. A씨가 운영하고있는 기업은 내년부터 50인 이상 중소기업을 대상 시행하는 이 제도의 시행에 앞서 기존 2교에에서 3교대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도입 후 수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삐걱거지고 있다. 3교대 시스템에 따라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신입인력을 뽑아야 하지만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신규인력 채용을 상시모집하고 있지만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인재는 극소수다. 52시간제에 맞추기 위해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의 대학 등과 산학협력을 맺는 등 인력 보강을 위한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상황이 여력치 못하다.

A씨는 "대기업과는 다르게 중소기업은 인력을 보충하는게 쉽지 않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으로 젊은 신입직원을 뽑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며 "어쩌다 신규 인력을 확충하더라도 퇴사율 역시 높아 인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충북 증평의 식품 제조기업의 근로자 B(31)씨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고민이 깊어졌다. 한동안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가족과의 시간을 만끽했지만 줄어든 추가 근무수당 만큼 생활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B씨는 "내년에 둘째가 태어날 예정으로 가장의 무게가 더욱 커졌다"며 "회사에서 줄어든 근무시간 만큼 다각도로 직원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선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대리기사 등 '투잡'을 추천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에서 올해 1천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주 52시간제 법 시행에 문제없음 61.0%로 집계됐다. 이어 준비중은 31.8%로 나타났으며 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도 7.2%로 조사됐다.

또 여전히 주52시간 초과 기업은 17.3%로 나타났으며 특히 이중 제조업(33.4%)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업무량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초과근로 외 특정직종 또는 전체직종에서 연중상시 초과인 경우도 다수였다.

특히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주 52시간제 조기도입 희망한다고 응답한 인원이 70.7%에 달했지만 임금감소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근로자도 29.3%로 나타났다.

◆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정부 보완대책 마련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이 보완대책에는 먼저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체 50~299인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다만 개선계획을 제출한 기업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계도기간 부여 시 우대할 계획이다.

지방노동관서에 설치된 '현장지원단'을 통해 개선계획 마련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한다.

현장에서 평상시에는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 등에 대응이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특별연장근로를 최대한 확대할 예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제4항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할 수 있다.

특히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발생'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시행규칙을 통한 확대범위에는 제한이 있고 건강권 보호 조치 등 반영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신규채용이 필요한 기업에는 구인-구직 매칭을 적극 지원하고 대규모 추가채용이 필요한 기업은 중점지원 사업장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신규채용이 필요함에도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현장지원단 확인을 통해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허용한도를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한다.

인력부족이 심각하고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동포 허용업종 확대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신규채용 인건비 및 기존 재직자 임금보전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사업도 확대·신설하는 한편 일터혁신 컨설팅 등 생산성 향상 지원도 강화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입법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준비하고 있으나 행정조치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현장에서 가장 요구가 많고 노사정이 합의안까지 도출한 탄력근로제 개선도 법률 개정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동안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中企·경영계 '거리가 먼 대책'

중소기업계와 경영계는 이번 보안대책에 대해 '근본적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개선과 거리가 멀다"며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총은 "특별연장근로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인가 여부도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의 본질상 예외적, 일시적, 제한적인 틀 속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상황과 국제경쟁에 사전적,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유연근무제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중기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한 내용이 이번 규제개선 방안에 포함됐지만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바라는 화평법·화관법의 실질적인 규제개선과 주52시간 시행 유예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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