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별명은 '모두까기 인형'이다. 때로 진영논리를 떠나 피아(彼我) 구분없이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편일 땐 든든하고 적일 땐 짜증나는' 사람이라고 불린다. 같은 독일 유학파인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다른 점은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거나 무조건 편향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조국씨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던 진중권이 요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조씨의 아내 정경심 씨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동료교수들이 "위조된 게 아니다"라며 언론에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MBC 'PD수첩'과 tbs '김어준 뉴스공장'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모 교수는 "동양대 유일의 '양심적 지식인'이라는 칭송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심적 지식인'이란 호칭은 지식인의 영예다. 사람은 배움의 깊이를 떠나 누구나 양심을 갖고 있지만 '오피니언 리더'인 지식인에겐 사회적 역할이 있다. 사회모순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문제 제기는 지식인의 임무다. 이들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발언하고 행동해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학자와 지식인이 얼마나 많은가. '법꾸라지'라는 말을 듣는 조국 씨 때문에 진보진영의 허위의식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지식인과 대학의 부끄러운 민 낮도 공개됐다.

불과 3년 전 박근혜 정권 때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입학이 사회문제가 되자 당시 최경희 총장은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노한 학생들의 본관 점거와 시위로 대학은 혼란에 빠졌다. 최 전 총장은 결국 구속영장을 받았다. 국정감사장에서 '거짓진술'한 대가다. 노무현 정부 때 교육비서관을 지냈던 최 전총장이 보수정권에 밀착해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이러니다. 그에게 학자로서의 양심과 총장으로서 신념이 있었다면 정권이 강요에도 단호히 거부했을 터다.

박근혜 정권에선 '부모를 잘 만난 것도 실력'이라는 명언을 남겨 정권의 운명을 재촉한 정유라가 아킬레스건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에겐 '입시비리의 백화점'이라는 조국씨 딸 조민이 '아픈 손가락'이다. 이번엔 고려대 정진택 총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민의 입학비리 의혹에 대해 정 총장은 '조민 허위스펙 자료 없다'고 밝혀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불공정에 분노하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정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민족 고대'가 曺國(조국)을 사랑하는 학교라는 의미에서 '조국 고대'로 전락했다며 학교 발전기금(기부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조민의 입시비리 의혹에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한 경쟁이 아닌 거짓스펙으로 꽃길을 달려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정 총장이 모를 리 없다. 더구나 검찰 공소장에도 정경심씨 모녀가 '대학 진학'을 위해 허위 '스펙'을 활용했다는 내용이 곳곳에 포함돼 있다. '민족 고대'의 명예와 권위가 무색해졌다.

지성의 상징인 서울대도 조국씨에겐 유독 관대하다. 조씨가 장관직 사퇴한지 20분 만에 복직 신청서를 제출했고 서울대는 전광석화처럼 수용했다. 그는 지난 두 달여 동안 학교를 보험으로 여기고 복직·휴직·복직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듭해왔다. 이런 조 씨의 복귀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재학생 93%가 반대했다. 그런데도 서울대는 나라를 정쟁과 분열에 빠트린 조 씨의 복직에 아무런 내부 성찰과 협의절차도 없었다. 국가공무원법에 문제가 없다지만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 지성의 산실'이라고 불리지만 이미 그 의미는 빛바랜 단풍처럼 퇴색해 젖은 낙엽처럼 짓밟히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든 권력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원칙도 기준도 흔들리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과 자치권은 먼지 쌓인 책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권력과 정치에 아부하거나 기생하는 대학사회에 '학문과 진리탐구'는 시들해지고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박상준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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