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제도 회귀의 문제
과거제도 회귀의 문제
  • 중부매일
  • 승인 2019.11.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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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최근 법무부장관의 이른 사퇴가 있었다. 그의 조기 퇴진은 자녀 입시문제가 시발이 되었다. 자녀 문제로 인한 사회 지도층의 낙마는 종종 있어 왔던 일이기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특히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후보자 자녀 입시관련 위장전입은 부동산 다운계약서 함께 약방의 감초가 된지 오래이기도 하다.

나비효과. 법무부장관 사퇴 사건의 불똥은 입시제도 공정성 시비로 옮겨 붙었다. 현 입시제도나 전문가 양성 체계가 지도층 자녀에 대한 특혜가 된다면서 고려시대 음서제도에 비유하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시험성적으로 줄세우던 조선의 과거제도처럼 현행 입시제도나 인재양성 제도를 변경하여 잃어버린 공정성을 되찾자고 한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시험, 수치화된 성적대로 줄을 세우는 성적위주의 시험, 그러기에 태생이 미천하여도 노력만 하면 개천에서 난 용이 될 수 있는 시험제도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수능정시를 확대하고자 한다는 정책방향을 밝히면서 교육부의 기존 정책에 변화를 주문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시확대 정책이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열쇠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량적 점수에 따른 당락 결정방식을 선호하는 진영에서는 대한민국의 입시나 인재등용제도를 조선의 과거제도처럼 운영하면 지금같은 입시문제는 없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조선의 인재등용과 입시에서도 요즈음과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저번 영릉(英陵)에 행차할 적에는 오직 지나가게 되는 지역의 본토인만을 뽑기로 되어 있는데도, 서울 유생들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름을 부정한 방법으로 명단에 올리고 외람되게도 과거에 응시하는 자가 꽤 많았습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입시를 위한 위장 전입 사례가 많았다는 뜻이다. 조정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토단법(土斷法)'을 제정하여 입시를 위한 위장전입을 금지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중종실록에는 '성균관과 사부학당에 모여 학업을 연마하지 아니하고 서울과 지방의 유생들이 사사로이 집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곳이 가는 곳마다 있었습니다'고 기록하고 있는 바, 공교육의 형해화와 사교육 열풍이 조정에서 논의될 정도로 지금과 닮아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도 무한 암기 경쟁의 무익함과 그로인한 도덕성 상실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었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은 그의 저서 곽우록에서 '그들이 공부하는 것은 글귀들을 기억하고 외우는 것에 불과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머리털이 마르기도 전에 과거공부를 하는데, 요행히 급제를 하여도 여전히 서투르고 거칠어 배운 것이 소용이 없다'라고 조선 과거제도에서 비롯된 암기방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중종실록에서는 '지금 사람들은 총각을 면하면 시(詩)와 부(賦)만을 익히고 소학에는 전혀 힘쓰지 않고 과거시험만 중하게 여기니, 어느 틈에 마음을 다스려 효도와 우애에 힘쓰겠습니까?'라고 지나친 암기테스트로 인한 도덕성 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이렇듯 딱히 정보화 기술이랄 것도 없었던 수백년 전에도 암기력 테스트의 무용함을 지적하고 있는데, 헤아릴 수 없는 양의 지식이 공유되어 있고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지식을 검색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대 대한민국에서 입시나 취직의 주요 기준으로 암기된 지식을 테스트 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이미 생활이 된 빅데이터 기반 AI는 지식 검색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조합하고, 분석하여 적절한 대응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업무영역에서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다루는 자의 소통능력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필자도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서 신규 변호사를 채용할 때 변호사의 지식보다는 의뢰인과의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이나 변호사로서 근성을 확인한다. 절대로 지필 시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르치는 것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고 그 지식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지식테스트 시험을 모조리 폐지하고, 행복지수를 측정해서 덜 행복한 아이들을 더 행복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의 이상에 부합하고, 그것이 4차 산업시대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과거제도로 회귀라니! 산업혁명 당시 기계파괴운동을 벌인 노동자같은 AI 파괴 지식노동자들을 양성할 셈인가?

권택인 변호사
권택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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