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류근홍 청주교통(주) 대표이사·법학박사

얼마전 일간신문에서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석학(碩學)이자, 100세의 최고령(最高齡) 철학자이신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가 90세의 고교 제자인 이곤 서예가 선생님의 전시회를 관람하시는 사진과 대담기사가 크게 눈에 띄었다.

100세 스승과 구순 제자와의 만남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참으로 대단한 인연으로 뜻 깊고 따뜻하며 훈훈한 장면이다.

90세인 제자가 서예 전시회를 갖는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다. 언뜻 불가능할 것 같은 현실이지만, 두 분이 다 현역활동을 하고 계신다.

아무리 장수시대라해도 스승이 90세 제자의 전시회를 찾는다는 것은 분명 두 분은 이시대 최고의 건강장수(將帥)이기 때문이다.

며칠후 6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윤정희씨가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로 투병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70대중반인 그가 딸도 몰라본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 트로이카의 한사람인 영화배우로서의 그의 족적과 인상은 매우 깊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는 노화와 공존한단다. 고령화시대에 가장 큰 난제이다. 노화는 누구든 피할 수 없는 필연이며 자연현상이다.

아마도 그 필연이 건강유지와 힐링의 한계이며, 모두가 죽음으로 가는 길목이다. 장수와 건강문제는 항상 대치한다.

세월과 병마(病魔)앞에서의 모두는 인생무상이고 허망함뿐이며, 그래서 생자필멸(生者必滅)인가 보다.

노인간병이 중요한 화두인 오늘날의 장수시대에 웰다잉의 죽음복을 갈망하는 새로운 욕심이 또 생겨난다.

아무리 무병장수가 최고의 복이고 희망사항이라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장수가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곧 노화의 연장과 질병극복의 역사라고 한다.

급속도로 진행하는 장수가 과연 반가운 일이고, 좋아해야만 할 수 있는 건지?

이제 머지않아 장수부모가 자식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운 부모가 되는 장수불효시대가 올 것이다.

결국 준비되지 못한 장수가 효사상의 의식 균열의 원인이 되면서 자식 불효를 만드는 시대가 되지는 아닐런지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장수시대에 준비된 죽음을 위해 노후설계와 죽음 설계의 현실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찌할거나, 죽음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인 것을.

결국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미명아래 나이가 들어 되돌아보면 왠지 살아온 인생이 무조건 나만 손해이고, 남보다 더 억울한 인생인 듯하다. 이또한 장수시대에 인생 욕심이다.

분명한건 모두는 각자 자기 인생에 있어 지금이 바로 인생 황금기이며 축복기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이 바로 남은 미래를 위한 인생에 최고의 골든타임이다. 그러기에 지금을 허비하거나 놓치지 말자.

100세의 김형석교수는 나이가 들어도 공부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당부하시면서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신다는 말씀에 또다시 감명과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같은 장수시대에 아직은 젊은나이에 투병중인 윤정희씨의 쾌유를 빈다.

11월 하순의 짙은 늦단풍이 겨울앞에서 초라하고 무거워 보인다.

가을비에 떨어진 은행잎이 가로등 불빛에 금보석으로 반사되어 빛난다. 늦가을 단풍이지만, 겨울앞에 저 단풍도 지금이 골든타임이 아닌가 싶다.

류근홍 청주교통(주)대표이사·법학박사
류근홍 청주교통(주)대표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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