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사람과의 관계는 늘 어렵고 버겁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고민은 전부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이다'고 했다. 세상살이에서 빚어지는 문제와 갈등은 예외 없이 인간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인간관계를 잘하려고 애를 써 봐도 엇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살면서 상처를 주지 않으려 다짐하고 상처를 받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결국 주고받고 말았다. 사람과의 관계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관계는 상대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넘어지는 2인3각 경기를 닮아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슬픔과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 존재다. 관계 속에서 행복을 갈망하면서도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상처와 고통을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이유는 왜일까. 심리학자들은 어릴 적에 만들어진 '관계의 틀'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닮은꼴의 붕어빵을 구워내는 빵틀처럼 인간관계에도 관계를 맺는 틀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의 틀'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비슷한 관계방식 패턴을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인간관계의 기본 틀은 어린 시절에 양육자와 어떤 관계 맺기를 경험했는지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틀은 '아이-어른'의 관계에서 만들어져 '어른-어른'의 관계에는 맞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서 관계 틀을 바꿔나가야 하지만 어린 시절에 양육자와의 관계 손상을 겪은 사람들은 틀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한다.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감정과 애착 갈망 등이 관계의 기본 틀을 고착화시키기 때문이다.

아이가 공생관계인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애착손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양육자로부터 안정적인 자아분화가 되지 못하고 애착에 더 매달리게 되는 '부분적 박탈'이나 양육자와 분리되는 '완전한 박탈'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은 "반복적인 애착손상을 겪은 아이는 경직된 바운더리로 자아가 일찍 애착대상과 분리되고 단절되는 '과분화' 상태가 되거나, 희미한 바운더리로 자아가 분화되지 못한 채 애착대상과 밀착된 '미분화'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과분화'와 '미분화' 상태에 머문 사람은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내 주변에도 자아가 '과분화'되거나 '미분화'된 사람들이 있다. 과분화된 유형에 속하는 L씨의 관계 맺기 방식은 자기중심적이고 방어적이며 폐쇄적이다. 남이 하는 말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기 바쁘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하거나 자기 욕구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를 만나면 두꺼운 벽을 대하는 느낌이 들고 정서적인 교류가 되지 않아 마음이 우울해지고 헛헛해진다.

반면에 자아가 미분화된 유형에 속하는 A씨의 관계 맺기 방식은 타인 중심적이고 헌신적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 감정, 욕구 등은 외면하고 남의 생각, 감정, 욕구를 살피는데 급급하다.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에 맞추는 편이다. 그는 갈등과 다툼으로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하고 불안과 고통을 심하게 겪는다. 상대에게 헌신하려는 그를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인간관계가 역기능적인 관계 패턴의 반복으로 여전히 힘들다면 관계를 맺는 방식을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어른'의 관계 틀로 '어른-어른'의 관계 맺기에는 부적합하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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