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몇가지 일들이 있다. 때가 되면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정치인 동향 및 거취 관련 기사가 많이 다뤄진다. 정치권에서는 평소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던 지역행사에 정치인들의 행차가 잦아진다. 또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집권당쪽에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갖고 지역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눈에 띄게 늘어난다. 이런 일들은 선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번 반복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다. 평소 지역과 관련해 '숟가락 얹기'에 급급했던 정당들의 성명·논평 수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충북의 지역정가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몸을 푸는 듯하다. 한판 승부가 예정된 마당에 선거에서 붙게 될 상대방에 대한 견제와 기싸움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충북도당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이 벌인 성명 공방은 한마디로 치졸했다. 들고 나온 내용과 이를 거론한 표현 모두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는 일들이 일상이 된 여의도 정치권과 하등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역정치의 수준을 드러낸 것 같아 민망할 지경이다.

공방의 발단은 한국당이었다. 지난해 지방선거때 민주당 도당 공천헌금 파동을 꺼내들고는 이 일로 의원직을 상실한 선거구 공천과 관련된 소문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쳤다. '음주소란으로 시민의 공분을 산 정치권 인사를 낙마한 도의원 선거구 후보로 공천한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민주당 도당과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도당에서는 채 몇시간도 안돼 반박 성명을 내놓았는데 '궤변과 몰상식의 끝'이라며 역공을 가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인사들을 들춰낸 뒤 집안단속이나 잘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들의 공방을 보면 자신들이 상대방의 잘못을 헤집어 놓고는 생뚱맞게도 시민들을 팔아 비난하는 모양새다. 그 어디에도 스스로의 반성과 성찰은 없었다. '남의 눈 속 티는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못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굳이 자신들에게 짐이 될만한 것들을 들춰낼 필요는 없겠지만 남의 잘못을 끄집어 내려면 내 자신부터 돌아봐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누워서 침뱉기인 것이다. 정치권의 막말과 몰상식한 행동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이들이 선거가 다가오자 남탓만을 하는 셈이다.

민주당과 한국당 도당의 공방을 따지자면 소문에 불과한 일을 공당(公黨)의 성명으로 들쑤신 한국당의 잘못이 커 보인다. '소문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청주시민을 우롱하고 의회를 조롱하는 것'이라는 대목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그렇다고 억지 주장에 대한 지적으로 마무리할 일을 상대 발목잡기의 기회로 삼아 비난을 쏟아낸 민주당의 태도도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내년 총선까지 5개월여 동안 벌어질 양당의 공방이 이처럼 치졸하고, 낯부끄러운 것들로 채워진다면 지역정치의 수준 역시 바닥을 치게 된다. 품격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중앙정치의 이전투구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