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정치를 '생물'이라고들 한다. 정치는 살아 있다는 것으로 어디로 튈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의 움직임을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 상황 속에 정치인들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중앙당의 정책을 강요받기도 하고, 지역구 주민들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도 한다. 선거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는 당 지도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런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처신은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치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가 제멋대로 나를 이끌고 가기 때문에 정치인의 잘못도, 책임도 없다는 매우 정략적이고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다.

'생물'인 정치가 살아 움직이다 못해 요동치고 있다. 말을 맞춘 것도 아닌데 같은 날 여야에서 두 사람의 유력 정치인이 정국을 흔들었다. 내년 총선에서 출마는 물론 당선이 유력시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불출마'를 정치판에 던졌다. 이들의 작은 불출마의 회오리가 점점 확대, 정치권의 '태풍'으로 성장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이나 김 의원은 자신들의 이 같은 앞날을 예상했을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 항의를 표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시작하면서 예산안 심의에 착수한 정기 국회는 여야 간 대립과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또 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서 정국 마비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20일은 충북 방문이 예고돼 있었다. 방문 일정이 알려진 뒤 10여분 만에 전격 취소된 것을 보면 황 대표 자신도 이날 단식투쟁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葉公(엽공) 問政(문정) 子曰(자왈) "近者悅(근자열) 遠者來(원자래)"

초나라의 대부인 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입니까?" 묻는다. 공자는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나라에서 사는 것이 기쁘게 느끼도록 만들고, 멀리 있는 (타지)사람들이 그 나라에 와서 살고 싶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좋은 정치란 백성들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되게 하고 타지에 나가 있는 백성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 '생물'인 정치의 아무리 움직이며 요동친다한들 최종 목적은 국민이 잘 먹고 잘살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 상황은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들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여든, 야든 누구도 듣지를 않는다. 귀를 막고 눈을 가렸다. 국민들을 잃어버리고 자신들만의 싸움이 가득한 곳이 우리네 정치판이 됐다. 정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선택으로 바꿔야한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제도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국민들의 선택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총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치를 바뀔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를 놓친다면 많을 시간을 허비한 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선택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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