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충주시 근교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 170여 명이 '사과나무 이야기길' 탐방을 온다는 연락을 받고는 지현동 행정복지센터에 들렀다. 학생들이 사과나무 이야기길을 둘러보기 전에 동장님도 뵙고 주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흔쾌히 회의실을 내어주시며 혹여나 방문하는 사람들이 춥지 않도록 히터를 틀고 배려해 주시는 동장님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가깝게 들리는 것을 보니 도착한 모양이다. 벽화 해설사인 내가 회의실로 학생들을 안내하였다. 지현동 정용미 동장님은 주민센터에서 하는 일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시청이 큰집이라면 주민센터는 작은집으로서 주민들을 위해 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었다.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그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생긴 동은 어디냐는 물음에 동장님도 모른다고 대답하자 아이도 금방 수긍하는 모습이 귀여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주민센터에 처음 들어와 본 학생들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궁금한 듯 기웃거리기도 하였다.

동장님의 따뜻한 배웅을 받고 학생들과 함께 사과나무 이야기길로 걸음을 옮겼다.

먼저 '글 꽃길'에 들어서자 예쁜 글귀를 담은 엽서들이 담장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마 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네가 좋아서 풍덩 빠졌어', '항상 감사해요' 등 예쁘고 좋은 글귀들을 사진으로 찍어 부모님이나 친구, 또는 선생님께 보내라는 해설사인 나의 말에 아이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글 꽃길'을 지나 '사랑이 꽃피는 계단'으로 이동하면서 교가도 부르고 노랫말이 고운 동요도 부르고 요즘 유행하는 가요도 불렀다.

골목길에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생기 있게 뛰어다녔다.

충주의 사과나무는 1912년 지현동에 조생종 사과 50여 주가 처음 식재되었다. 지현동의 사과나무 이야기길은 재즈길, 글길, 동화길, 글꽃길, 사랑이 꽃피는 계단, 사계절 길, 빛동산 등이 있는데 이곳의 특색은 지역 작가들이 애향심을 가지고 함께 만들어낸 골목길이다. 그래서인지 주민들 또한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중에 알게 모르게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손님맞이를 해 주고 있는 따뜻한 동네이다.

"선생님 제가 우리 엄마한테 사진을 보냈는데 답장이 왔어요, '엄마도 사랑해' 이렇게 왔어요"

"그래 참 좋겠구나. 엄마도 사랑한다는 답장을 받아서 행복하겠네"

'글 꽃길'에서 찍은 글귀를 엄마에게 보낸 여학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엄마에게서도 답장이 왔다며 남학생이 달려와 자랑을 한다.

"우리 엄마는 '사랑해 아들' 이렇게 왔어요"

앞 다투어 자랑하는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콧노래가 절로 나왔고 미처 답장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바쁜 부모님을 감싸는 예쁜 마음을 드러내었다.

담임선생님들은 자기 반 학생들을 챙기면서 사진을 찍어주었고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선생님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그런 아이들이 마냥 사랑스러운지 내내 잔잔한 미소를 짓던 선생님의 섬세함이 인상적이었다.

사과나무 이야기길에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사제간의 사랑이 사과 향처럼 달콤하게 퍼졌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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