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곧 송구영신의 연말이다. 무엇을 보내고 새롭게 맞을 것인가.

재물과 다복의 '황금돼지 해'는 그저 속설로 끝난 느낌이다. 상서로움은 간데없고 국민들 시름만 크다.

장기불황으로 암울하다. 교착 상태의 남북관계는 암담하다.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 지소미아 등 한일관계는 참담하다.

타협이 실종된 정치권은 어떠한가. 끝 간데없는 여야의 대치로 최악의 20대 국회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개점휴업이 무안했는지 때늦은 자성의 소리가 들린다.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운운하고 있다. 다시 유권자 눈을 가리는 얄팍한 술수가 시작된 것이다.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의 단골 메뉴다. 정치적 의도가 뻔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현역 불출마와 세대교체는 반복되는 선거 프레임이 아니던가.

4년 전에도 그랬다. 20대 총선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지도 세비 또한 내리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보좌진을 늘리는 등 자신들의 배만 잔뜩 불렸다. 물론 파업·태업을 불사하는 못된 버릇도 버리지 않았다.

다시 이들은 중앙당 공천만 받으면 지역할거에 따라 쉽게 당선될 것이다. 청탁 등 민원 브르커를 일삼으며 달달한 권력을 잊을 수 없음이다. 그러니 물갈이니 판갈이니 외친들 '양치기들 합창'쯤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또한 궁지에 처한 한 야당 대표는 삭발에 이어 연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고육지계로 읽혀지나 국민의 신망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혁신을 위해 영입한 면면을 보면 득보다는 손실이 더 클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야당의 한 중진은 자당(自黨)의 존재를 부정하며 판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개혁의 진정성보다 사리사욕 계략이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산뜻했던 여당의 이철희, 표창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가 그것이다.

그야말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누구와 견줘도 합리적이고 개혁적이고 소신이 강했던 의원들이다. 정작 퇴장해야 할 막말 정치인들은 말이 없으니 개탄스럽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정치인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10, 20년 넘게 배지만 달고 호사만 누렸다. 지역발전이나 제대로 된 입법발의가 하나 없다.

시거든 떫지나 말라고 했던가. 이들은 부모, 형제도 부인도 몰라보는 막된 이들이 거개다. 이 또한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음이다.

'양화를 구축'하는 곳이 어디 이뿐이랴. 우리 지역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언론 또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고백하건대 기자라 하면 세상의 흐름을 읽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1980년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90년대 IMF 환란도 겪었다. 그런 험난한 시기를 거쳤어도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기레기'로 폄훼되는 오늘날 한낱 샐러리맨으로 전락했다는 자괴감뿐이다. 한 때 광고 한 판에 애면글면했던 일을 고해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세(社勢) 신장 명목으로 광고 수주, 신문 팔기에 급급한 언론은 신뢰를 잃었다. 매번 조지고 어르는 '민폐'로 날 선 비판은 허울의 수사가 됐다.

수일 전, 한 후배가 '언론문화 창달을 위해 수고가 많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왔다. 귓전을 맴도는 그의 말이 빈 뜰 만큼 수수(愁愁)롭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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