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근의 일본 반도체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은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지금 우리의 주변 국가들은 신자유무역주의와는 별개로 자국 이익을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현실이 농업분야에 적용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다가오는 미래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하에 작금의 주변 현실은 우리에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77억명인 전 세계 인구가 2050년 97억명에 달해 지금보다 1.7배의 식량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10년마다 전 세계 식량이 2%(약 440만톤)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모든 국가에서 식량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아젠다가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18년 21.7%에 불과하다. 1970년에는 80.5%였으나 1980년 56.0%, 1990년 43.1%로 하락하였고, 1994년 28.0%로 떨어진 이래 줄곧 20%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며 세계 평균(101.5%)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은 대부분 100%이상 자급률을 달성해 식량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곡물자급률이 289.6%에 달하고 캐나다도 177.8%에 이른다. 미국 또한 125.2%이며 중국도 100%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10여년 전에는 20%대 초반으로 우리보다 낮았지만 꾸준한 농업정책으로 자급률을 20%대 후반까지 끌어올린 상태이다.

먹거리를 둘러싼 국가간 식량전쟁은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어쩌면 식량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자급률 제고가 절실한 이유이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곡물 생산 주체인 농가의 수익성을 개선해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농업생산비가 농업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7% 정도로 2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둘째, 경지 면적을 확대해야 한다. 간척이나 개간 등을 통해 경지면적을 늘리든지, 농지전용 등으로 인한 경지면적 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맥류와 사료작물의 동계 이모작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해외 곡물유통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은 일찍이 미국, 브라질 등에 곡물 엘리베이터와 같은 저장시설을 확대해 왔다. 중국도 2014년 네덜란드의 곡물유통업체를 인수하는 등 해외사업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넷째, 곡물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적인 계획 수립과 지원이 요구된다. 전담기관이나 기구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 장기적인 식량수급 계획 등이 수립되어야 한다.

다섯째, 우리 토양과 기후에 맞는 우수한 곡물종자개발, 국민들의 국산곡물 소비확대, 생명유전공학을 활용한 새로운 재배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식량안보법 제정이 절실하다. 그동안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법적구속력이 없어 제고는 커녕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다. 법 근거 아래 자급률을 높일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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