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괴산 동인초 교사

우리 아파트 둘레에는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다른 곳들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건만 유난히도 오래 버티던 은행나무가 오늘 새벽 나와 보니 자동차 위에 아주 예쁜 노란 이불을 씌워주고 있었다. 얼마 전 강원도 횡성으로 단풍 구경을 다녀왔다. 그 곳은 단풍과 자연이 어우러져 형형색색 한 폭의 그림이었다. 대자연의 변화무쌍함에 인간이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자연은 그저 시간 따라 변화되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완벽한 규칙이 있다. 그리고 이 규칙들이 깨질 때 지구상에 온갖 이상기온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든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진짜 겨울이 오고 있는 모양이다. 어느 곳은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데 이럴 때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외형이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 뉴스를 보니 아이들의 놀 권리 조례가 제정되었다고 한다. 입시에 빼앗긴 놀 권리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어린이가 직접 제안한 놀 권리를 조례로 만들어 어른들이 보장하기로 약속했다는 뉴스였다.

예로 광주 극락초등학교 안에 있는 낙낙 놀이터가 나왔다. 아이들이 직접 설계해서 놀 수 있는 수 백 가지 놀이가 가능하고, 중간놀이 시간도 30분으로 늘어나 마음껏 놀 수 있게 되었단다. 극락초 박수경 교사는 낙낙놀이터는 즐겁고 즐거운 곳 해서 낙낙, 그리고 학교 중앙 현관에 있는 놀이터다 보니까 노크하고 들어 온 느낌이라고 했다. 박범주 학생은 디자인이 좀 더 활동적인 놀이기구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저희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는데 현관 중앙에 있으니까 나오기도 편하고 종치면 들어가기도 편하다고 했다.

이렇게 낙낙놀이터를 설계한 초등학생들이 광주시의회 아동·청소년의회에 놀 공간과 시간을 보장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시의원들의 도움으로 '놀 권리' 조례가 제정됐다는 것이다. 김세웅 광주시의회 아동·청소년의회 의장은 광주광역시 아동청소년 의회에서는 놀이터의 주체가 아동인 만큼 놀이터를 만들 때는 아동이 꼭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해 놨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광주시와 시교육청은 해마다 놀이 활동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놀 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하니, 이런 꿈 같은 학교가 있을까? 너무 부러웠다. 어쩌면 당연한 아이들의 놀 권리. 모든 학교에서 하루 속히 당연한 권리를 부여해주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15년 5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이 모여서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놀이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10대 공동정책과 함께 충분한 놀이시간을 보장하고, 학교 내외에 안전한 놀이공간을 확보하며, 교사들의 놀이 연수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한지 벌써 4년! 지금 학교에 얼마나 파급되어 있는지 와 닿지가 않는다. 물론 여러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도 보인다. 지금 사회적인 현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들이 아마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없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싶다.

또한 놀이는 꼭 놀잇감이 준비되어야하고 놀 장소가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아이들이 놀 마음만 있다면 놀이가 가능하도록 하면 된다. 이에 우리나라의 전래놀이를 많이 보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놀잇감이 필요한 전래놀이도 있지만 다리세기놀이, 강강술래, 청어 엮기, 대문놀이 등 그냥 할 수 있는 것도 아주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전래놀이는 환경적이기 때문에 자연과의 공생도 가능하다. 그래서 다 같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하루 속히 찾아주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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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비상초등학교 김미숙
김미숙 괴산 동인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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