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청 본관. / 중부매일DB
충북도청 본관. / 중부매일DB

언제부턴가 행정조직 개편에 으레 기구 확대, 인력 증원 등이 뒤따른다. 감축은 고사하고 통·폐합 등 기구 정비, 인력재배치, 업무 이전과 분장 등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민선단체장 시대가 계속되면서 조직 확장이 연례행사가 될 정도로 행정조직은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한다. 때론 여론 등의 지적과 질타가 쏟아지도 하지만 계속 거듭되다보니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렇다고 온통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일이 바르지 못한 길로 계속 빠지게 놔둘 수는 없다. 최소한 조직개편을 추진하기에 앞서 한번쯤 그 방향을 고민해보아야만 한다.

이러한 조직개편을 놓고 최근 충북도와 충북도의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는 내년초 조직개편을 준비하면서 경제통상국을 2개 국으로 나누는 행정기구 설치 개정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또한 도의회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에 맞춰 의회 사무처에 별도로 입법전문담당관실을 신설하고 총무담당관실에 팀을 하나 더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에 도 조직개편과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도의회서 요구하는 인력 증원규모에 대해 도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도의회의 강력한 요구에도 도의 입장은 완강하다고 한다.

내용은 달라도 양쪽 기관의 개편안은 모두 조직확대가 골자다.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도 양쪽 모두 업무 효율성 제고다. 어느 조직이라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조직을 확대할 수 있다. 불가피하다면 그리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꼭 조직을 확대해야만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업무의 양과 비중에 따라 조직내 기구를 정비할 수도 있고, 일의 경중에 따라 인력을 돌릴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조치로 변화된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먼저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으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라는 말이 일상적인 표현이 되다시피하면서 공직에 대한 인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게 현실이다. 최근들어 많이 옅어졌지만 한동안 공직을 두고 '철밥통'이라고 불렀을 때도 있었다. 이 말에는 성과, 능력, 책임 등과 관계없이 본인 마음먹기에 따라 자리보전을 하는데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직장이라는 비아냥의 의미가 담겨있다. 행정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면 공복(公僕)이라는 소명의식, 사명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에 능동적으로 열과 성을 보이는 것이 공직의 기본이다.

어떤 기관이든 조직을 만들기 보다 없애는 것이 훨씬 어렵다. 특히, 행정기관은 더 심하다. 심지어 조직 유지를 위해 불필요한 일을 만들기까지 한다. 존속의 명분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조직의 탄력성은 아예 없는 수준이다. 그 탄력성 회복의 첫 걸음은 업무와 조직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필요할 때 만들었다면, 불필요하거나 필요성이 줄어들면 없애야 한다.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할 일은 계속 늘어난다. 그렇다고 그 일들이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직 확대에 앞서 업무를 덜어내고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쉬운 길만 찾다보면 아예 걸음을 못 뗄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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