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청주'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1377년 흥덕사에서 간행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생각할 수 있다.

'직지'를 바탕으로 1999년부터 2년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으며 인쇄·기록 문화에 초점을 두고 전국 최초로 '1인1책 갖기 운동'을 10년째 이어오며 1천500명의 시민 저자를 배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책 읽는 청주' 선포식과 함께 시민들에게 독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청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인쇄문화의 도시, 교육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86만명 대도시인 청주에 안타깝게도 문학관이 전무하다.

이에 청주시가 지역 문인들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는 문학관을 오는 2022년까지 건립하려는 가운데 지역 문학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충북의 문학을 뿌리내린 故 신동문 시인을 추모하는 '신동문 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과 청주지역의 문인들을 총망라해 보여주는 '청주문학관'으로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주문인협회가 27일 '청주문학관 건립의 당위성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항복 소설가는 발제를 통해 "지역이름을 따 '청주문학관'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지역문학관은 지역작가들의 종합 문학관으로 작고 문인은 물론 향후 후배 문인들까지 발자취를 모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학관은 공적인 시설인만큼 어느 한 작가의 폐쇄적 공간이 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시계간지 딩아돌하를 발행하고 있는 딩아돌하문예원은 신동문 문학관 건립을 주장해 왔다.

이들은 매년 신동문문학제를 개최해 올해로 7회를 맞았으며 지난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청주시 명예시민) 등을 비롯한 '신동문문학제 추진위원'을 구성해 신동문 문학관 건립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신동문문학제 집행위원장인 임승빈 충북예총 회장은 "전국의 대부분 문학관은 개인 이름으로 지역 명칭을 사용하는 곳은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한 곳이며 이는 해당 지역 출신 문학인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지역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구체성이 결여돼 자긍심 자체가 막연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오는 12월 6일 충북학연구소 주관 문학관 건립 세미나에서 '바람직한 문학관 건립'에 대해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역 문학계는 문학관 건립에는 이견이 없으나 명칭을 두고서는 엇갈린 입장을 보여 향후 진통도 예상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26~28일까지 열린 청주국제액팅어워즈에서 2020년 (가칭) 신동문 문학관 건립 등 지역 예술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주문인협회 정책토론회에 나선 진운성 청주예총 회장은 "이미 청주시는 신동문 문학관이라는 명칭으로 청주시민의 공청회 없이 소수의 의견으로 이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묻고 청주 출신 문인들을 아우르는 복합 전시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주시 관계자는 "아직 가칭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며 "청주문인협회 토론회가 처음 열렸으니 의견을 모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엇갈린 의견 속에 지역 문인들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두개의 문학관 건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으면 그조차도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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