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국악 접목… 상상력 통해 재탄생한 우륵의 '삶'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올해 충북공동창작작품 지원사업에 선정돼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창작 오페라 '중원의 우륵'이 지난달 7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과 28일 충주시문화회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오페라 '중원의 우륵'은 우리나라 3대 악성이자 예향 충주를 대표하는 우륵의 일대기를 다룬 창작 오페라다. 우륵은 가야국 출신으로 12현으로 이뤄진 금을 만들고 그 악기를 위해 12곡을 지은 분으로 알려져 있다. 충주의 문화콘텐츠인 '우륵'이 극으로 쓰여진 이후 12년만에 빛을 보게 됐다. 한국교통대학교 교수진을 중심으로 탄생해 무대에 올려지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 / 편집자

이번 공연은 충북챔버오케스트라, 중부성악회, 소리공감 느루 등 3개 단체가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특히 대규모 무대 세트와 청주오페라합창단, KBS 청주어린이합창단, MBC충북 충주어린이합창단, 청주나누리무용단 등이 함께해 스케일이 큰 무대를 선사했다.

오페라의 새로운 장르를 열어갈 '중원의 우륵'은 기존에 있던 오페라 형식에서 벗어나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친숙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가요, 뮤지컬, 국악, 한국 가곡 등 한국의 정서에 맞게 제작돼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이강희
이강희

이렇게 완성된 대규모의 오페라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6년 통합충주대학교로 음악학과가 충주로 이전되면서 이강희 음악학과 교수가 한국의 3대 악성중 한분인 우륵을 알리고자 한국교통대학교 글로벌어문학부 한국어문학전공 교수인 오영미 교수에게 대본을 부탁해 1년여의 자료 수집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뮤지컬 작품으로 쓰여졌었다.

당시 충주에서 교통대 음악학과 교수들이 모두 참여해 갈라 콘서트로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더 이상 공연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오영미
오영미 교수

'중원의 우륵' 대본을 쓴 오영미 교수는 "학교가 통합되던 2006년 당시 총장님께서 지역문화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연구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충주 문화 콘텐츠로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륵'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자고 교수님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됐었다"며 "그러나 우륵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3~5줄로 기술된 것이 전부여서 조사가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어서 대부분 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됐다"고 설명했다.

삼국사기에는 '우륵은 가야에서 태어나 신라로 오게 돼 탄금대에서 음악을 정리했다' 정도의 기록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오 교수는 당시 가야와 신라와의 관계를 조사하고 충주로 오게 된 계기를 찾던 중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우륵 심포지엄에서 결정적인 자료를 얻게 됐다.

"당시 가야에서 태어나 활동하던 우륵이 신라로 귀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가야 사람이 신라로 오게 됐다면 신라 주류 세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홀대 받지는 않았을까, 또 논문을 하나 발견했는데 거기서는 가야에서 신라로 귀향을 온듯한 내용이 있는거에요. 그래서 가야 귀화인이 받았을 차별, 가야시절 사랑이야기, 신라 공주와의 사랑이야기 등 상상력을 더해 글을 썼죠."

오 교수는 "무대에 오르는 서사이기 때문에 대중와 관심이 필요했다"며 "거기서 착안한 것이 '순장제도'였고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절망과 더불어 음악을 할 수 없어 신라로 귀화해 충주에서 복잡하지만 신라 음악 발전을 이룬 그의 스토리를 쓰게 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서사가 완성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렇게 완성된 공연이 시작됐으니 앞으로 여러가지 방향에서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과거의 인물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는데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확인될 수 있는 고증이 필요한데 그게 잘 안되니 너무 어렵죠. 우륵에 대한 연구를 뒷받침 할만한 자료들이 나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수정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일 것 입니다."

오 교수는 "충주 지역을 대표하는 소재를 발굴해 충주에서 공연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같이 힘을 모아 충주의 대표 상품이 됐으면 좋겠고 예술인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이 더 많이 나오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주에서 지휘를 맡았던 이강희 교수도 "2007년 극이 완성된 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우륵' 이야기가 마침내 12년만에 오페라 완성본 '중원의 우륵'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 너무도 기쁘다"라며 "중원의 우륵오페라가 충주시민들에게 자긍심과 충주의 혼을 알리는 공연이 되길바라며 오페라 마지막 피날레는 충주찬가로 대합창이 연주돼 가슴 뭉클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종봉
오종봉 테너

또 주인공인 '우륵'을 연기한 오종봉 테너도 한국교통대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중이다. 이밖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해 공연을 빛냈다.

이번 오페라 '중원의 우륵'을 통해 앞으로 충주의 콘텐츠인 '우륵'이 고전의 소재이지만 현대화 작업을 통해 더욱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도 "3개의 단체가 공동으로 창작한 K오페라 '중원의 우륵'은 충북 오페라에 새로운 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창작공연이 지역에서 발굴·확산할 수 있도록 충북만의 선도적인 예술지원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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