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송로주 충북도 무형문화재 '임경순 명인'
보은 송로주 충북도 무형문화재 '임경순 명인'
  • 송창희 기자
  • 승인 2019.12.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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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정기 머금은 '장수(長壽)의 술' 빚기에 인생을 바치다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보은 속리산면 구병리에 위치한 송로주 제조장인 '보은 송로'에서 명품 전통주를 빚고 있는 충북도 무형문화재 '임경순 명인'.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보은 속리산면 구병리에 위치한 송로주 제조장인 '보은 송로'에서 명품 전통주를 빚고 있는 충북도 무형문화재 '임경순 명인'.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충북 보은에서도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속리산면 구병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서 말한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할 수 있다는 10승지 중의 하나다. 이 곳 구병리의 맑은 물과 속리산의 정기를 머금은 푸른 소나무로 송로주(松露酒)를 빚고 있는 임경순(62세) 명인. 송로주 제조장인 '보은 송로(보은군 속리산면 삼가구병길 141)'는 산세가 수려하고 속리산 천왕봉 정남쪽에 위치한 금강의 발원지로 유난히 소나무가 많아 술 빚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며 30여 년간 자신의 이름을 건 명품 전통주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 솔 옹이를 생률처럼 쳐서 넣은 전통주

은은한 소나무 송진 향이 일품인 보은 송로주.
은은한 소나무 송진 향이 일품인 보은 송로주.

송로주는 멥쌀과 누룩, 소나무 '복령'과 '송이(관솔)'을 날밤처럼 깎아 술을 맑게 빚어 청주를 만들고 소주를 내려 완성하는 술이다. 송진이 많이 엉긴 관솔은 소나무가 죽거나 벌목한 후 최소 30년 이상 지나야만 완전한 관솔이 되며 독특한 향을 지닌다. 또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의 일종인 복령은 혹처럼 크게 자라며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에서 찾아 약재로 쓰는 귀한 재료다.

송로주는 평산 신씨 가문의 고(古)조리서인 '음식법'에 나오는 술로, "쌀 한 말을 하려면 솔 옹이를 생률처럼 쳐 고이 다듬어 넣고 섬누룩 넉되 넣고 물 서말 부어 빚어 두었다가 멀거커든 소주를 여러 물 갈지 말고 장작 때어 고으면 맛이 좋고, 백소주를 받아먹어야지 절통도 즉시 낫느리라"라고 기록돼 있다.


# 알코올 40도 목넘김이 부드러운 명주

보은 송로주 제조법이 담긴 고조리서 '음식법'
보은 송로주 제조법이 담긴 고조리서 '음식법'

1994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보은 송로주'는 기능보유자였던 신형철 씨가 1998년 작고한 이후 당시 제조기능전수자였던 임경순 명인에 의해 지금까지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임 명인은 2006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송로주 기능보유자가 됐다.

알코올 도수 40도인 송로주는 송진에서 나오는 묵직한 소나무향과 깨끗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뒷향이 은은하기로 유명하다. 또 언제 술을 먹었냐는 듯 어느새 술이 깨고 숙취가 전혀없는 명주로 평가받고 있다.

# 15년 숙성시켜 외국양주와 겨루고 싶어

보은 송로주의 주재료인 멥쌀과 누룩, 소나무 복령과 관솔
보은 송로주의 주재료인 멥쌀과 누룩, 소나무 복령과 관솔

"송로주는 제 인생 그 자체죠. 남들이 들으면 거창한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역경 속에서 뜨거웠던 내 인생의 절정기를 모조리 바친 일이라 중도에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제 마음을 다독이며 끈기와 인내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람 사는 게 혼자서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힘으로 꿈처럼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하는 임 명인은 "그래도 되돌아보면 어려운 고비마다 인덕(人德)으로 고난의 파고를 넘었다"고 회상한다.

술 공장을 세워놓고 시험 제조면허에 이어 본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규정이 까다로워 동동거렸을 때나 동업자가 갑자기 서울로 떠나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위기에 빠졌을 때, 또 상표등록을 미처 못한 송로주라는 이름을 두산 백화양조로부터 양도 받은 일, 그 모두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이끈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고마움을 좋은 술 만드는 일로 보답해 왔다는 임 명인이 송로주를 빚을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좋은 재료와 마음을 다하는 정성이다.

"언젠가 한 교육장에서 강사가 말하는 거예요. 외국에서는 좋은 술을 만들 때 가장 좋고 당도 높은 과일을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안팔린 과일이나 썪어가는 과일로 술을 만드니 세계와 경쟁이 되겠냐는 얘기였어요. 제가 그렇게 한 건 아니었지만 그 얘기가 가슴에 콱 꽂히며 제 술인생의 가르침이자 교훈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임 명인은 더 좋은 멥쌀과 누룩, 소나무 복령과 관솔로 송로주를 빚는다. 이렇게 빚은 송로주 일부는 숙성 중에 있다. 현재 5년, 7년, 10년째 숙성 중인 송로주를 15년 이상 숙성시켜 고가의 외국 양주와 어깨를 겨뤄볼 계획이다. 임 명인은 우리 몸에 잘 맞고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숙성된 송로주가 외국의 양주를 능가하는 맛을 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 아들과 함께 '전통주 술학교' 운영 꿈

보은 구병리의 송로주를 꾸준히 찾고 있는 애호가들은 임 명인이 너무 욕심이 없다고 안타까워 하지만 임 명인은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에 일정하게 가늠되는 일년치 송로주 제조만 고집하고 있다. 송로주는 수천 걸음을 내딛이며 하루종일 술을 빚어도 1000ml를 만들기가 어려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제 임 명인의 남은 소망은 1남2녀중 막내인 아들 좌빈(26세) 씨와 함께 전통주 전수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자신은 술 만드는 기술자로만 30여 년을 달려왔기 때문에 젊은 세대인 아들이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체험 요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 한가지 더 바란다면,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술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전통주 술학교'를 운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술이 속리산 구병리에 있냐는 말이 최고의 찬사이자 자부심"이라는 임 명인은 고집스럽게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뚜벅뚜벅 걸어온 자신의 인생에 신세대 아들의 패기가 더해져 속리산 정기를 머금은 장수(長壽)의 술 '보은 송로주'가 새롭게 날아오르는 꿈을 꾸고 있다. 송창희 /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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