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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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매일
  • 승인 2019.12.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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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오늘 아침, 온 대지는 오래된 약속처럼 희미한 안개로 가득 찼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다니다 보면 안개 속으로 숨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하여, 안개 속을 내달려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지만 가면 갈수록 습기 찬 물방울로만 채워질 뿐 결코 숨을 수는 없었다. 보이는 것만 믿는 요즘 세상, 어차피 드러날 것을 감추려고 하는 것은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거늘 안개가 걷히고 나면 실체는 반드시 보이기 마련이다.

초겨울에 들어섰지만 아직은 기온이 달다. 오랜만에 콘서트장에 갔다.

20여 년 전 데뷔한 가수들로 3인3색이 각기 다른 색, 다른 목소리로 콘서트장을 달구었다.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두 번째로 조성모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미성을 겸비한 감성적인 목소리로 '아시나요'를 부르자 관중은 일제히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흔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반디불이 무리가 발광하듯 불빛으로 출렁였다. 이어 데뷔곡 '투 헤븐'이 흐르자 팬들은 두 팔을 흔들며 떼 창을 했다. 가죽 재킷을 펄럭이며 '다짐' 부르고 춤 추는 모습은 그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20여 년 전 초록매실CF의 풋풋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사십 대를 넘어서면서 소년의 순진함과 순수함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한동안 안개에 가려져있던 그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그의 곡은 드라마 OST에 삽입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몰입과 감동, 위로를 주기도 했다. 수많은 시련 끝에 큰 성공으로 가정을 일으킨 조성모는 가정과 팬들에도 영원한 슈퍼스타이다. 그는 긴 세월,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으로 지금도 팬들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누구나 슈퍼스타를 가까이 두고 살아간다. "엄마" 불러만 보아도 목이 메는 그 이름 엄마, 세상의 모든 엄마가 슈퍼스타이다. 부족한 환경에도 자식을 키우고 자식의 꿈을 위해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는다.

친한 친구의 딸이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왔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이라는 현실의 문턱을 쉽게 넘은 탓일까,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부적응 때문일까, 외국에서 돌아온 딸은 한동안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그러자 친구는 딸에게 "지금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했더니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딸의 바람을 순순히 받아들인 친구는 곧 딸의 뜻에 따라 유학 절차를 밟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딸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밤낮 정진한 끝에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딸의 꿈은 간호사였다.

비용이 만만찮을텐데 하고 걱정을 하는 내게 친구는 오히려 '지금 지원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며 기꺼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호주 모 간호대학에서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활달한 모습을 보면서 친구는 시린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마, 엄마가 딸의 인생이라고 관심 두지 않았다면 딸은 사회 적응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중병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의 사랑의 힘으로 가정이 안정되고 다시 도전할 힘을 준 친구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 딸 또한 앞으로 아픈 이들에게 헌신의 슈퍼스타 간호사로서 빛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

슈퍼스타는 시련이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누구나 슈퍼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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