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책임 공방…"한국당이 발목" vs "민주당이 거부"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 충북의 예산확보 여부가 여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정국으로 예산 처리 법정시한인 2일을 넘기며 한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은 헌법이 정한 2020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지만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5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가 됐으며 국회 스스로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야 모두 엄중한 민생경제 상황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예산안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부진즉퇴(不進則退), 즉 나아가지 못하면 퇴보하는 것"이라면서 "20대 국회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두려워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이날 서로 상대방을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소속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 위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예산 심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국당"이라며 "무차별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민생법안을 볼모로 삼은 한국당이 예산 심사 지연마저 남의 탓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마치 여당이 필리버스터 철회를 조건으로 예산심사를 거부하는 것처럼 호도했으나, 지난 1일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예산심사 권한이 예결위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로 이관됐다"며 "원내대표간 협의를 통해 예산심사를 얼마든지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당은 200여개 법안에 닥치는 대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국회를 마비시킨 장본인"이라며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조건없이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소속 예산소위 위원들은 이날 회견에서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마저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이용해 심의를 거부했다"며 "집권여당 스스로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협의를 거부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초유의 사태"라고 비난했다.

전날 여야3당 예결위 간사로 이뤄진 3당 간사협의체의 예산심사가 예정돼있었으나 민주당은 한국당이 법안 199개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것을 문제 삼아 필리버스터 철회 없이는 예산안 심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한국당 의원들은 전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예결위 3당 협의를 거부하는 배경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우호적인 정당과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적당히 챙겨주는 '짬짜미' 수정안, 소위 뒷거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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