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선출직(選出職)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 가운데서 뽑거나 골라서 확정된 직위나 직책'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의 정치인들은 물론, 직선제 대학 총장이나 조합장, 초·중·고등학교 학급 반장에 이르기까지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은 모두 선출직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만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막중하다. 남다른 사명감과 도덕성, 리더십이 요구되고 공인이라는 점 때문에 행동에 대한 제약도 많이 따른다. 수시로 동네북이 돼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선출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때로는 억울한 부분이 있더라도 속으로 삼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말 그대로 간, 쓸개에 오장육부까지 다 내주고 얼굴에는 철판을 두어장 정도 덮을 각오가 돼야만 나설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선출직이다. 웬만한 정도의 내공이 쌓이지 않은 사람은 감히 도전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선거에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을 보면 선출직이 분명 마약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선거 출마 이유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지역발전에 헌신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주민들의 뜻을 받들고 자신을 희생해 기꺼이 주민을 위한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것이다.

갸륵하고 감동적인 일이다. 하지만 많은 선출직들의 겉과 속이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선거 전 주인과 머슴의 관계로 만났던 유권자와 후보자는 선거가 끝난 후에는 슬그머니 역할이 뒤바뀐다. 선출직으로 당선되고 나면 오히려 유권자들 위에 앉아 군림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있어 유권자는 그저 선거를 위한 소모품 정도에 불과하다. 오로지 자신의 개인적인 명예나 권력만을 위해 유권자들을 기만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선거꾼으로 보는게 맞다.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라면 때로 주민들로부터 비난받고 욕을 먹는 일이 있더라도 그들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것이 옳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비판의 대상이 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보다는 자신을 선택해 준 주민들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있어 의무다. 비록 자신한테 손해가 될지라도 주민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일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선출직이고 정치인이다. 그 정도의 사명감이 없이 선출직에 나섰다면 그 자체가 모순이다.

따지고 보면 선출직은 참으로 피곤하고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극한 직업이다. 매사에 남의 눈을 의식하다 보니 본인의 의지대로 생활할 수도 없고 행동에 각종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개인시간을 갖는 것조차 사치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를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선출직이 있다면 그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선출직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기 때문이다.

선출직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지도자로 우뚝 서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임기 내내 선거에 나선 후보자의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남들이 자신을 올려놓게 된다는 것은 아주 평범한 진리다.

하지만 제 말 뒤집기를 밥먹듯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아주 힘든 주문일 수도 있다. 혹시 지금 자신이 선거에 나섰던 이유를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곱씹어볼 것을 선출직들에게 권한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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