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에 고소-고발 난무…무리한 사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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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청주에서 주택재개발사업 관련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무리한 사업추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원구 사모1구역 뉴젠시티 지역주택조합(이하 주택조합) 임원 A(68)씨가 보은군 속리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조합원들로부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피고소인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29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A씨 등 조합임원들이 조합인가도 받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 조합원을 모집하고 가입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같은 사업지 내 조합을 중복 설립할 수 없기 때문에 뉴젠시티 주택조합은 인·허가를 받지 못한 미등록 조합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청원구 우암1구역 재개발반대대책위(이하 대책위) 임원 B(53)씨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최근 주민들의 재개발 찬반의견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람위조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재개발 반대를 관철시키기 위해 B씨가 위법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암1구역은 지난 9월 시로부터 정비구역 해제가 고시되며 재개발이 취소됐다. 우암1구역 조합과의 힘 대결에서 대책위가 승리를 거둔 형국이지만 이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B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주택재개발 사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파트만 지어지면 수천만원은 벌 수 있다'는 인식으로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이 빈번히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까지 가는 덩치 큰 사업이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사업의 투명성을 조합임원이나 추진위 간부의 청렴도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 현 주택조합의 한계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향하는 길이 환하게 열려있지만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합 스스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보니 내부사정을 살펴보기 어렵고 정식 주택조합으로 등록한 후에도 조합정관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면 시가 개입하기 어렵다.

2006년 청주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으로 38개 지구가 후보지로 선정된 후 지금까지 제대로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손에 꼽힌다. 대부분의 조합은 재개발을 포기하거나 조합과 조합원 간 소송전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게 되면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이어져 그 부담을 오롯이 조합원인 청주시민 개개인이 져야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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