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그치지 않고 풍부한 인간감성 담아야

최범의 공예이야기 (2)

공예는 손으로 만든 물건이다. 그런 점에서 기계로 만든 대량생산품과 구별된다. 비록 현대사회에 기계로 만든 대량생산품이 넘쳐나지만 손으로 만든 공예품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면 대량생산의 시대에도 공예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곧 공예의 가치에 대한 물음이다.

적어도 경제나 효용의 측면에서 보면 공예의 가치는 매우 회의적이다. 일일이 고된 수작업을 거쳐야 완성되는 공예품은 기계로 생산되는 물건과는 생산성에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공예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공예가 뭔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예하면 뭐니 뭐니 해도 기계 생산품과는 다른, 즉 손으로 만든 물건 특유의 감성을 든다. 이것이 공예 특유의 매력임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공예에 대한 담론들은 바로 그러한 손맛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분명 공예에는 기계 생산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적 감성이 풍부하게 깃들어 있다. 공예는 로테크(low tech)의 산물이지만 하이터치(high touch)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공예의 수공적 가치만을 찬양하고 있을 수는 없다.

사실 이러한 가치를 지나치게 낭만화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혜택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공예의 가치 역시 어디까지나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모색되어야 한다.

사실 그렇게 보자면 공예는 현대 산업사회의 틈새 영역이며 보완적인 가치의 성격을 가짐이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공예는 일종의 경제적, 문화적 여유의 산물로서 유한계급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도 부정할 수는 없다. 마치 요가나 명상이 여피족들의 정신적인 보완물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공예의 가치가 그런 것만으로 증명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공예를 현대적인 삶의 방식 속으로 침투시키는 좀더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예는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예는 분명 물건이지만 그것을 물건 이상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것은 물건이지만 가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생활 속에 공예가 살아 있도록 하려면 전통적인 가치를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 200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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