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최인숙 충주 탄금초등학교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나태주 선생님의 선물이란 시의 1연이다.

'오늘 받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내가 만난 사람들입니다.'

내가 쓴 2연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멋진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누구와 함께 여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행운이고 행복이다. 이때 좋은 관계의 필수조건이 바로 배려와 공감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며칠 전에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시민 대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는 충주 행복지구 박람회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으며 올해가 세 번째 토론회로, 퍼실리데이터로 참석했다. 우리 조는 초중생부터 교사, 학부모 마을학교 운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원탁토론을 했는데 처음엔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말을 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이 많았는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첫 번째 활동으로 명함 만들기를 하여 자기소개를 했을 뿐인데 금방 가족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모둠 이름을 '우리끼리 가족끼리'라고 지었다.

"우리가 금방 가족이 된 것 같아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이 차이도 있고 남녀노소가 처음 만난 자리였는데 둥글게 앉아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배려하는 순간 공감 능력은 배가되어 점점 몰입하면서 열띤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발언의 기회가 오고 같은 위치에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나눈 소중한 토론회의 결말은 주제에 대한 문제해결책까지 성황리에 끝났고 정말 대화와 토론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경험한 시간이었다. 처음 본 사람들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따뜻한 대화로 원탁은 즐겁고 행복한 미소로 가득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맞대고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던 아고라와 같은 원형극장에서 창의적인 사회를 꽃피운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공간이 멋진 건물이나 장소가 아니어도 좋다. 왜냐하면 우리가 서로 마음속에 대화를 나누고 싶은 진실된 마음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학교에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실시하면서 저, 중, 고학년 3그룹으로 3회에 걸쳐 회복적 생활교육 워크숍을 실시했다. 규모가 큰 학교라서 사실은 다른 학년 선생님들과 만나기도 힘들고 동료지만 수업과 생활지도로 늘 바쁘기 때문에 동 학년 선생님이 아니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힘들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어디서든 발생 되는 갈등과 문제를 평화적으로 변환하고 상호존중과 자발적인 책임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로운 학급, 학교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첫 만남을 꼭짓점이 없는 원으로 둥글게 앉아 신뢰 써클을 운영하였다. 타인을 만나면서 평화의 관계를 맺는 몸 놀이를 시작으로 마음을 열어 표현하고 표출하도록 돕는 마음 놀이까지 하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분위기가 좋아졌다. 그리고 질문을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자리가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소감을 나누었는데 "이제껏 근무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오늘이 제일 많이 웃었어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힘들었는데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등등 이야기가 이어졌다. 모두가 대화를 통해 같은 마음이었음을 알았으며 동료가 가족처럼 친근하고 웬일인지 오늘 벽 하나가 허물어진 것 같았다. 만남의 자리가 기회가 되고 인연을 맺는 것처럼 올 한해 오래도록 기억할 좋은 사람들을 선물로 받은 것 같다.

최인숙 충주 탄금초 교사
최인숙 충주 탄금초 교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