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문화정책컨설턴트·문화칼럼니스트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열린 청소년국악체험

민선 7기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지방정부는 국립국악원을 내 고장에 유치하기 위한 열기로 뜨겁다. 국립국악원 유치가 단체장의 공약사업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지자체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민의 문화적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문화기반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역주민의 문화복지 신장일 것이다.

과거에 '문화가 밥 먹여주냐'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문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가 됐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BTS(방탄소년단) 등 한류의 힘으로 세계 7위의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했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화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원천으로 우리 정신문화의 근간인 전통문화와 문화유산, 국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성장동력이 되는 이유다.

현재 국립국악원 지방분원 유치를 추진 중인 지자체는 제주특별자치도, 광주광역시,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충남 공주시, 강원 정선군과 강릉시 등 7곳이며, 검토 또는 준비중인 경북 문경시와 대구광역시, 충남 서산시까지 합하면 10곳에 이른다. 이에 지방분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건립 타당성 검토기준 마련 연구용역'을 통해 설립계획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예산 확보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지자체는 유치위원회, 유치자문단 또는 유치협의체를 구성해 지방국악원 설립 당위성을 강조하며 유치 활동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문화기반시설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국립박물관은 14개소다. 이에 비하여 국립국악원은 서울, 전북 남원, 전남 진도, 부산 이렇게 4곳으로 아직 제주와 강원, 충청권에는 국립지방국악원이 부재한 상황이다.

우리 정신문화의 근간인 국악 진흥 문화기반시설이 박물관·미술관과 비교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국악이 지역의 예술 진흥과 관광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비해서도 오랜 기간 방치되어 온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의 음성서로부터 조선시대 장악원의 법통을 이은 국립국악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그 명맥을 이어왔다. 궁중음악과 민속음악뿐만 아니라 창작국악, 국악교육 등 한국음악의 보존과 전승, 창의적 활용을 임무로 하는 대한민국의 국립음악기관이다.

따라서 국립지방국악원을 현재 시점에서 추가로 1~2개가 아니라 3~4개, 그 이상 확충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립지방국악원의 전국적 확충은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정책적 검토가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전국의 국악인과 전공자, 국악애호가들의 염원이었다.

국립지방국악원 확대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가치와 의의를 지닌다

첫째, 국악과 전통공연예술을 통한 국민의 문화복지다. 고대 제의와 함께 연행됐던 음악과 춤은 신라의 음성서, 고려의 대악서, 조선의 장악원, 이왕직아악부 그리고 오늘날 국립국악원 등을 거쳐 계승, 발전된 만큼 천여 년의 전통과 역사를 지닌 국립예술기관인 국악원을 각 지역에 두어 문화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한류의 원천으로 국악은 시대정신이다. 국민들에게 국악이 생활 속의 국악으로 스며들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한편, 한국문화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인의 문화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의 문화플랫폼으로 지방국악원 역할의 확장성이다. 각 지역의 국악 거점을 중심으로 전통공연예술의 보급은 물론 예술,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근간으로 콘텐츠 허브 기관이 지방국악원이다.

어제의 역사가 있기에 우리는 오늘날, 내일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전통이 미래의 희망이다. 그 전통의 중심에 국악이 있다. 국악으로 만개하는 지역문화는 곧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다. 이제 국악선율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져 문화로 활짝 핀 대한민국을 찾는 프로젝트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문화정책컨설턴트·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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