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단맛' 150년 가업 지킨 조청 '외길'

강봉석 대표가 두레촌 시연장에서 전통방식의 조청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강봉석 대표가 두레촌 시연장에서 전통방식의 조청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내가 5~6살 됐을 때에요, 그때 할아버지가 첫 조청으로 만든 엿가락을 입에 물려주곤 했죠. 그 맛에 빠져 지금껏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강봉석(78·전통 식품명인 제32호, 국내 최초 조청·엿 2개 분야 기능 보유자) 명인의 조청 대한 첫 기억은 '추억'이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전통방식으로 만든 조청의 달콤함은 훗날 우리나라 조청의 맥을 잇는 명인을 탄생하게 한 것이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집안 전통방식으로 엿기름을 내고, 그 효소로 당분을 만들어 조청을 만들었어요. 아궁이에 나무를 때고 솜이불로 덮어 발효시키면 곡식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단맛이 극대화 되는 거죠."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강 명인까지 이어온 강씨 집안의 전통은 세월이 쌓이며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맛'을 만들어냈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시간은 어떻게, 온도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조청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에요. 그저 손 붙들고 다니면서 조청 먹이고 그 맛을 기억시키고, 얼마나 정성을 쏟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나는지 그런 것들을 몸에 배게 하셨죠."

젊은 시절 청운(靑雲)의 꿈을 품고 기업에 취직해 직장생활도 경험했던 강 명인은 결국 조청의 매력을 잇지 못하고 가업을 이어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오랜 세월동안 축적돼 온 우리집안만의 조청 만드는 기술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어요. 찬바람이 불어오면 구수한 조청 냄새도 그리워지고, 욕심이 나기 시작했죠. 맛있는 조청을 만들어 보편화 해야겠다 결심이 섰습니다."

그길로 두레촌의 시초인 제일엿공장(1980년)을 세운 강 명인은 10여년 간 기반을 닦은 후 충주시 대소원면 만정리에 두레촌 공장을 설립했다.

"조청 하나만 보고 연구에 연구, 또 연구를 해 손맛으로 이어오던 집안 비법을 체계화 했어요. 밤낮없이 뛰어다닌 덕에 식구들, 직원들 밥은 안 굶기는 회사로 자리를 잡게 됐죠.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고생하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견딘 것 같습니다."

손수 일군 조청명가 '두레촌'에 대한 강 명인의 자신감은 확고했다.

"자연이 만드는 것이 꿀이라고 하면 사람이 만드는 것이 조청이에요. 그만큼 정성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그 어떤 조청제품과 견줘도 맛에서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진 확실한 강점입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150여 년의 강씨 집안 조청 역사는 아들 강철(52)씨가 이어받아 20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전통에 현대기술이 더해지면서 4대를 이은 두레촌 조청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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