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일요일 깊은 잠에 빠져있을 아이들이 멀리서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가슴엔 저마다 붉은 색이나 검은색의 번호표를 하나씩 달고 손에는 풍선을 들고, 이마엔 각오의 표어를 질끈 묶은 아이들, 또 유니폼까지 맞춰 입은 팀, 종이로 플래카드를 만들어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아이들이 무심천 빨갛고 파란 달리기 거리에 구물구물 어느새 가득 찼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출발! 교장선생님의 징소리와 함께 여학생들이 반환점을 향해 달려 나갔고 그 뒤를 이어 남학생들도 힘차게 출발하였다. 3학년 전체 아이들 중 각 반 5개의 팀에서 팀별 3명의 선수가 선발되었고 각 팀 1명의 심판이 경기 진행과 보조를 하고 3명의 아이들은 응원전을 펼치며 무심천이 들썩들썩 하였다. 몇 명의 학생들은 둑방길을 따라 함께 뛰고 소리소리 지르며 팀웤을 발휘하였고, 반환점에서 반환띠를 나누어 주며 친구들을 응원하기도 하였다. 남학생은 2km, 여학생은 1.5km의 다소 짧은 거리로 여겼던 아이들이 평소에 부족한 체력이 여실이 드러나, 걷기도 하고 친구들이 주는 물도 마셔가며 모두가 마지막 완주에 기쁨을 만끽하였다. 선생님들도 마라톤 축제를 돕기 위해 아롱아롱 한데 모여 반 아이들을 격려하며 축하해주었다.

수곡중학교가 이렇게 특별한 스포츠축제를 한 것은 바로 ‘신나는 Sports for All'이라는 학교특색사업의 일환으로 평소 수업시간에 ’체육문화‘를 지도하기 위해 기획된 학교체육프로그램이었다. 학생들은 자기를 극복해야만 완주할 수 있는 마라톤을 통해 사회스포츠를 경험하며 환호성과 기쁨, 안타까움, 짜릿함을 느끼며 스포츠문화축제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체육교육 수업방법 중에 <스포츠교육모형>을 적용한 것인데, 한 종목의 운동기술뿐만 아니라 팀원으로서의 다양한 역할-주장, 코치, 응급구조원, 시설매니저, 홍보요원, 기록원, 심판 등-을 경험하며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면서 책임감과 팀의 협동심을 배우면서 동시에 팀간의 변형된 게임을 통해 배구, 축구, 핸드볼, 육상 등 다양한 종목에서 ‘스포츠 문화’를 배우도록 지도한 것이었다.

이러한 ’스포츠 문화’란 학생들이 계획한대로 체계적인 과제수행을 하며 적극적인 학습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수업결과를 만들 뿐만 아니라 운동기능의 향상과 함께 스포츠에 담긴 역사, 전통, 참뜻을 경험함으로서 진정한 스포츠 인이 가져야 할 안목을 의미한다.

또한 전 시즌동안 경기와 결승행사 등에 리더십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여 이를 통해 좋은 스포츠 행동과 페어플레이를 보여주게 된다. 아이들은 이번 마라톤 스포츠축제를 경험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하였고 스스로 마라톤을 완주하였다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게 되어 다음에는 청주 시민 마라톤대회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슴에 새기었다.

30도가 웃도는 뜨거운 불볕더위가 한꺼번에 내리쬐는 듯한 운동장에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열정과 사랑을 배우게 되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 교양을 쌓고, 보다 낳은 경험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학습자로 성장하게 된다면 교사로서 나는 행복하다.

/남기엽 수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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