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2019년 기해년이 어느덧 한달도 남지 않았다. 모두들 바쁘게 일을 마무리 하고 여기저기 송년회에 참석하곤 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2020년 새해를 맞아 업무보고도 하고 사업계획을 짤 것이다. 2019년도 정말 다사다만한 한해였다.

특히 농업분야에 대한 이슈도 많고 시련도 많았지만 나름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농업의 하루일과는 24시간, 분으로는 1천440분, 초로는 8만6천400초로 농업의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농업은 우리의 주식(主食)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임과 동시에 국가안보산업으로 우리 농업인들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여 이땅의 식량주권을 지켜왔다.

하지만 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 비중 0.5% 이상 등 4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더 이상 개도국으로 볼 수 없다는 미국의 주장에 얼마전 우리나라는 WTO 개도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물론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 측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를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농업의 붕괴는 비단 농업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업의 붕괴는 결국 농촌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농업의 비중은 2018년말 기준 국내총생산의 3%, 농가인구비율은 4.6% 내외에 지나지 않지만 여전히 시·군 지역의 중심적 기초산업으로, 농업이 붕괴된다면 지역경제의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국토 및 환경보전, 식량안보, 경관 및 휴양공간 제공, 전통문화 계승 등)도 상실될 것이고 그 피해는 일반 국민에까지 미치게 된다.

또한, 중소도시의 몰락을 가중시키면서 대도시 인구집중에 따른 교통·환경·주거·실업·교육문제 등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작금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 뒤안길에는 늘 농업과 농촌, 농업인들의 희생이 있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면서 더 이상 엉터리 국익론을 앞세워 농업과 농민의 한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WTO 개도국지위 포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름하는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될 것이다. 수천 년의 농업역사를 뒤로 하고 회색 건물만 즐비한 도시국가로 전락할 것인지, 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상생하고 같이의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공동체 사회로 나아갈 것인지를 가르는 것이다.

필자의 교육원 로비에 있는 매헌 윤봉길 농민독본의 한구절에는 '농업인은 세상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농민의 세상은 무궁무진합니다'라는 가슴벅찬 글이 있다.

이땅이 존재하는 날까지 농업은 지속되어야 하며 우리 농업인들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위해 꾸준히 성장하고 나아 갈 것이다. 농업의 활기를 불어 넣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농가소득 5천만원, 아니 샐러리맨들의 희망인 1억원 이상을 하루 빨리 달성하길 소원하고 우리 모두가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길 부탁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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