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연말은 '인사의 계절'이다. 충북도·청주시를 비롯해 일선 지자체, 법원, 검찰, 경찰, 교육청 등 주요 행정기관과 기업들의 연말은 더욱 예민해지는 시기다.

인사철이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지라시'가 나돈다. 또한 인사철만 되면 동료, 선후배와 함께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인사와 관련된 소문을 얻기 위해서다.

오래된 방식이지만 중요한 정보일수록 직원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돌아다니기 마련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나고 보면 틀린 정보도 많지만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사철은 대개 '곰들의 패배와 여우들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곰형은 묵묵하게 맡은 일에 충실하지만 과묵해 자신의 공을 제대로 주변과 소통하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반해 여우형은 사교적이고 의전에 강하며 업무역량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공적을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데 탁월하다. 대체로 조직에서 곰은 실제보다 과소평가를, 여우는 과대평가를 각각 받는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놓는다. 올해 인사평가가 끝났기 때문이다. 승진으로 예민해진 상사의 심기를 '보필'하는 것도 큰일이다. 인사철만 되면 상사와 말 섞기를 꺼린다. 평소 온화하던 상사가 인사철만 되면 윗선의 눈치를 보며 '라인을 타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다. 중요한 프로젝트나 현안업무도 '올스톱'될 때도 많다. 대부분 기업들은 '신상필벌'을 인사원칙으로 삼고 있다. 실적이 양호한 기업 CEO에겐 승진과 보너스가 주어진 반면 실적이 부진하면 승진은 물론 자리를 유지하기조차 힘들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상필벌로 효과를 본 사례는 많다. 이치는 간단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공직사회나 일반기업에서도 과연 상을 얼마나 줘야 할지, 벌을 어느 수준에서 줄지 명쾌한 정답을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인사는 사람의 마음관리다.' 아무리 유능한 지휘관이라도 혼자 힘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당장 위기에서 구해줄 뛰어난 장수도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나갈 능력 있고 뛰어난 장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 사원으로 입사할 경우 보통 20년 이상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임원'이 된다. 임원을 달고 나면 그 많던 입사동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대기업에서는 임원 승진을 군의 장성에 빗대어 '별'을 단다고도 한다.

대기업 임원은 부장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신분상 예우를 받는다. 기본 급여도 늘지만 직책수당, 성과금 등이 크게 오르면서 임원이 되기 전보다 연봉이 보통 2배 이상 뛴다. 이래저래 대기업 임원을 달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수십 가지는 족히 넘는다. 반면 임원은 '비애'도 많다. 보통 대기업에서 임원을 10년 이상 하면 천수(天壽)를 누렸다고들 한다. 그만큼 대기업 임원 자리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신세다. 기업 임원을 두고 '임시직원'(?)이라는 웃지 못할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달 공직사회와 기업의 연말 인사가 단행된다. 사람은 자기가 소속된 조직 내에서 누구나 잘하고 싶어하고, 잘 보이고 싶어한다. 이를 어떻게 조직내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직분을 고려한 적당한 연공서열과 조직내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의 적절한 발탁이 어우러져야 '건전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직장에서의 승진은 여전히 실력에 충성심을 더해야 유리하다. 평소 이렇게 노심초사하고도 인사철만 되면 초조와 불안에 가슴을 졸이다 건강에 무리를 준다. 이 땅 대다수 봉급쟁이들의 아픈 현실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 요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승진 기회 결여'라는 보고도 있다. 연말 인사철, 또 사람들이 떠난다. 하필 그 계절이 우리나라엔 차디찬 겨울이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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