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도 끝나고 이제부터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동안 눅눅했던 집안 곳곳에 환기를 시키며 햇빛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장마철 주부의 걱정은 뭐니뭐니해도 빨래 말리기이다. 세탁기가 있어 손을 덜어주고 탈수도 해 주지만 햇빛에 바짝 마른빨래를 개는 기분은 참으로 상쾌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에 대해 무심한 편이다. 저녁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여서 장마철에 내린 물을 그냥 버리지 말고 저장해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다.

미래 사회는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과 이용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화석에너지의 고갈은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게 무엇을 넘겨줘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자원을 절약해서라도 후손들에게 원망 받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 국민 거의 대부분은 에너지 낭비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버스를 타거나 극장에 가거나 어느 실내에 들어가면 반팔의 여름옷차림으로는 도저히 추워서 견디기 힘든 곳들이 많다. 긴 머플러나 얇은 숄이라도 비상용으로 핸드백 안에 넣고 다녀야 할 만큼 냉방을 심하게 한 곳에서는 너무 추워서 그것들을 몸에 둘러야 할 때도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어느 때는 당장이라도 항의하고 싶은 때도 있다. 석유의 매장량은 앞으로 고작 40년 후면 바닥이 난다고 한다. 석유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가. 당장 자동차가 움직일 수가 없겠고, 겨울 난방은 어찌할 것이며, 난감한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는 너도나도 무관심하다. 석유 뿐 인가.

천연 가스가 앞으로 60년, 원자력 발전의 핵심원료인 우라늄이 45년, 그나마 석탄의 매장량은 앞으로 120년쯤 사용할 양이라고 한다.

현재 채취하고 있는 어느 유정에서는 더 이상 나올 원유가 없어 고여 있는 마지막 원유를 퍼 올리기 위해 유정에 물을 붓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기름은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유정에 물을 부우면 기름은 위로 뜨고 위로 올라온 기름마저 다 퍼 올리면 그 유정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물론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주야로 연구에 매진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일반 보통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뭐니뭐니해도 절약이 아닐까 싶다.

장마철 햇빛의 소중함을 생각하다보니 내가 어느새 자원절약의 사명을 띤 주부 홍보대사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원을 아끼는 일에 남녀노소가 따로 있겠는가. 이제 앞으로 찾아올 무더위 속에서 내 것이 아니라고 공공기관이나 직장에서 추워서 긴 팔을 입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을 정도로 낭비하는 일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40년 후면 우리 아들 딸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가 아닌가. 그들이 우리를 원망하지 않도록 모두 에너지 낭비와 자원절약에 대해서 각성할 일인 것이다.

김민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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