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잃어버린 사회
배려를 잃어버린 사회
  • 중부매일
  • 승인 2019.12.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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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지동직은 그의 책 '배려의 기술'에서 배려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 습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배려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며 '나'를 높여주고, 사람을 끌어 모으고,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상처를 감싸준다고 했다. 메난드로스는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사랑의 명약,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이다"라고 말했다.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1960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황혼녘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는데,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지만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있었다. 힘들게 짐을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타고 가면 편했을 것이다. 펄 벅이 이 광경을 보고 통역을 통해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했으니 짐을 서로 나누어져야지요." 펄 벅은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귀하게 여겼던 농부처럼 우리는 본디 배려를 잘하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사고로 꽉 차 있다. 펄 벅이 만난 시골 농부의 이야기는 배려를 잃어버린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어느 수필가의 글에 있는 이야기다. 서울 신설동에서 봉천동으로 이사할 때였다고 한다. 신설동 집의 복이 계속 따라오게 하려고 방마다 창호지를 북북 찢고 청소도 대충 했다. 복이 그 집이 싫어서 자기를 쫓아오게 하려는 생각에서였다.

봉천동 집에 도착해서 빈 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데 집은 깨끗이 청소되어 있고 창호지도 멀쩡했다. 그리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는데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이사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 집에 오셔서 부디 행복하게 사세요. 방마다 연탄불을 피워 놓았습니다. 방 하나에 연탄 두 장씩이면 온종일 따뜻합니다. 저는 다음 주소로 이사를 갑니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축복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축복의 말 한마디가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고 위로해준다.

미우라 아야코 여사는 일본의 유명한 여류작가이다. 이름이 알려지기 전 그는 남편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차렸다. 그런데 가게가 너무 잘돼 트럭으로 물건을 들여와야 할 정도로 번창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분주히 일하는 아내를 안쓰럽게 여겨 "우리 가게가 이렇게 잘되는 것은 좋지만 주위 다른 가게들이 우리 때문에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하고 염려했다. 미우라 아야코 여사는 지금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아예 가게에 어떤 물건들은 들여놓지 않았다. 손님이 그 물건을 찾으면 다른 가게로 안내했다. 그렇게 되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틈틈이 펜을 들어 글을 쓴 것이 '빙점'이라는 베스트셀러였다.

스위스 여행 중 가장 감동적인 광경은 도로에서 사람들이 길을 건널 때 모든 차들이 멈춰 서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건널목을 지날 때도 차를 피해 다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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