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창백한 푸른 점
  • 중부매일
  • 승인 2019.12.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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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이은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인간이 만든 물체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물체, 바로 보이저1호이다. 약 720㎏의 무게를 가진 이 우주선은 1977년 발사된 이 후 목성, 토성 등 태양계의 주요 행성을 탐사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아직도 순항 중에 있다고 한다. 현재는 태양계를 벗어나 시간당 6만㎞씩 지구와 멀어지는 중이다.

이 보이저1호에 관계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80년대 말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라는 인물이 나사(NASA)에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보이저1호의 카메라를 지구쪽으로 돌려 지구를 한번 촬영해 보자는 것이었다.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꼭 찍어보고 싶었던 칼의 제안은, 렌즈가 태양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다는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으나 결국 1990년 2월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를 빠져나가기 직전, 렌즈를 돌려 지구를 촬영하게 된다.

보이저1호가 전송한 지구의 사진은 좁쌀 크기의 하얀 점이었다. 저 넓은 우주공간에 아주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보일만한 점, 누가 지구라고 알려 주지 않으면 아무도 그 존재에 대해 모를 것 같은 희미한 점.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였던 것이다. 나중에 이 제안을 했던 칼 세이건은 본인의 저서 제목을 이 사진을 표현한 창백한 푸른점이라고 정한다.

그는 저서에서 이 점에 대해 이렇게 서술한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 속의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장군과 황제들이 흘렸던 저 피의 강을 생각해보라고, 이 작은 점 한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구석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그 잔혹함을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백사장에 모래 한톨 만큼의 공간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 지구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서로 다투고 헐뜯고 시기하면서 살아가는지, 뭐가 그리 잘났다고 으스대며 세상의 중심이 자기인 것처럼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티끌보다도 작은 그 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은천 농협안성교육원
이은천 농협안성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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