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대우맨' 주재구씨가 기억하는 故 김우중 전 회장
28년 '대우맨' 주재구씨가 기억하는 故 김우중 전 회장
  • 박성진 기자
  • 승인 2019.12.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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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꿈동산아파트 건립 소년소녀가장 주거 해결"
1982년 5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맨 앞 백발머리)이 대우자동차 충북영업소를 처음으로 찾았다. 김 전 회장의 오른쪽으로 당시 주재구 대우자동차 충북영업소 과장(현 청주 T1타워 지식산업센터 총괄이사)이 뒷짐을 지고 있다. /주재구씨 제공
1982년 5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맨 앞 백발머리)이 대우자동차 충북영업소를 처음으로 찾았다. 김 전 회장의 오른쪽으로 당시 주재구 대우자동차 충북영업소 과장(현 청주 T1타워 지식산업센터 총괄이사)이 뒷짐을 지고 있다. /주재구씨 제공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참 성격이 급하셨어요. 업무보고를 하면 가만히 듣지를 못하셨어요. 궁금한 거 몇 가지 물어보고 금방 자리를 뜨셨어요. 머무를 시간이 없다는 거죠. 그 만큼 시간을 잘게 쪼개 아껴서 활용하셨어요."

28년 간 '대우맨'으로 근무한 주재구 청주 T1타워 지식산업센터 총괄이사(66)는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1977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2005년 충북본부장으로 명예퇴직한 주 이사는 김 전 회장이 충북 청주를 방문할 때마다 영접을 도맡아왔다.

1982년 김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 충북영업소를 처음 찾았다. 대우자동차 사장과 이사 등 5~6명을 동행한 김 전 회장은 청주에 3시간 정도 머무르면서 조용히 업무보고를 받고 상경했다.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약간 구부정하셨어요. 특별한 말씀도 없으시고 조용히 보고만 받으시고 올라가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1984년 두 번째 방문에서는 당시 충북도지사를 예방해 전국소년체전 관련 예산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충북도에 기탁했다.

대우와 충북이 본격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90년대 들어서부터다. 그 즈음에 청주를 세 번째로 찾은 김 전 회장은 소년소녀가장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금자리를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재)대우재단은 김 전 회장이 집필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저서를 통해 발생하는 인세 수익으로 1992년 4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대우꿈동산아파트'를 지었다.

첫 입주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500여가구, 1천500여명에게 아파트(주거공간) 제공과 함께 입주 가정 청소년들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1994년 신봉동 대우자동차 정비공장을 찾은 것이 대우그룹 회장으로서는 마지막 청주 방문으로 주 이사는 기억하고 있다.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된 이후 은둔생활을 이어오던 김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행보가 활발해졌다.

2014년 12월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김 전 회장은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주제로 특강했다. 당시 특강에서 김 전 회장은 '대우꿈동산아파트'를 언급하며 청주와 인연이 많다고 소개했다. 대우그룹에 청주고 동문 등 청주 출신 경영인이 많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유독 시간을 아껴쓰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승용차로 이동할 때 신호에 잡히면 "그냥 무시하고 빨리 가라"며 운전기사를 타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시간에 쫓겨 차 안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았다.

직원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다고 기억했다.

"1979년에 우수사원으로 뽑혀 워커힐호텔에 1박2일로 부부 동반 초청을 받았어요. 시상식을 끝나고 숙로로 돌아왔는데, 밤 9시쯤에 비서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거예요. '왜 그런가'하고 문을 열었더니 김 전 회장께서 금반지 1돈과 화장품세트를 주시면서 격려해주셨어요. 우수사원 150명 부부가 머문 방을 일일이 돌면서 다독거리신거죠. 직원들을 참 사랑하셨어요."

주 이사는 대우그룹이 건재했다면 한국경제는 한 단계 더 도약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중국, 베트남, 체코 등 해외에서 더 유명했던 대우그룹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대우는 세계경영을 했죠."

김 전 회장은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김 전 회장이 설립한 대우그룹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재계 서열 2위로 성장했지만 1999년 부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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