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가 청주에 주는 큰 선물 '국제기록유산센터'
직지가 청주에 주는 큰 선물 '국제기록유산센터'
  • 중부매일
  • 승인 2019.12.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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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천 칼럼] 박종천 논설위원

우리나라 속담에 "나랏님도 노인 대접은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노인이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고, 국가 사회에 대한 공헌은 물론 그의 평생 경험과 지식, 기술이 젊은이와 미래 발전에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고, 영국 속담에도 "노인이 갖고 있는 지식은 도서관의 책보다 많다"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조상들의 경험이나 지식이 후손들에게 말로만 전달된다면 영속성이 없고,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인류는 문자라는 것을 발명했고, 문자로 기록된 책이나 그림 등 과거의 기록물들은 지난 역사이기에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야 마땅하다.

우리 지역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귀래리에서 자라고 공부했던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도 역사의 기록물이 있어야만 역사를 알고 잊지 않음으로써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 약탈, 불법거래, 파괴 등으로 인류의 소중한 기록물들이 훼손되거나 멸실되고 있다. 또한 고의는 아니더라도 기록물들이 수백 년에서 수천 년씩 오래 되고, 그 재질도 종이, 목간, 파피루스, 양피지, 섬유, 돌, 벽화 등으로 되어 있다 보니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 또는 그에 필요한 돈이 없는 나라에서는 귀중한 인류문화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막기 위해 유엔의 유네스코(UNESCO)가 1997년부터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을 실시하여 2018년 현재 128개국, 8개 기구에서 신청한 427건을 등재했다.

한편 2014년 중국 정부가 난징대학살과 종군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데 대해 일본정부가 펄펄 뛰며 반대했다. 당시 일본은 유네스코에 연간 분담금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00억원 정도를 내고 있었는데 이것까지 미뤄가며 반대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처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국제적 및 외교적 분쟁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결국 유네스코는 이러한 세계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문가를 교육할 국제기록유산센터(ICDH)를 설립하기로 했고, 2017년 총회는 그 입지를 마침내 대한민국 청주시로 결정했다. 물론 청주가 선택된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탄생지이며, 청주시가 2004년부터 유네스코와 함께 직지상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기록문화 공로자에게 상을 주는가 하면 기록문화 컨퍼런스 및 국제적 네트워크 등에 많은 애를 쓴 덕분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직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19개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4위이며, 아시아에서는 한자를 발명한 대형국가인 중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것으로서 센터가 중국, 이집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역사와 기록의 강국으로 가지 않고 대한민국으로 오게 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아무튼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국제기록유산센터가 청주에 오는 것이며, 청주로써는 처음으로 국제기구를 보유하는 국제도시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센터가 가동되면 전 세계의 기록유산 관련 최고 전문가들과 관련 인사들이 청주로 모이고, 관련 학술회의나 세미나 등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에 청주라는 이름이 세계기록문화유산의 중심지로 부각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부터 642년 전에 직지가 인쇄되었던 흥덕사 터 옆에 직지 글자판과 책을 형상화한 모양으로 2022년까지 들어설 국제기록유산센터, 직지가 청주에 주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박종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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