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민경 청주시 지적정보과 주무관

나도 아이들도 귤을 좋아해 봉지에 가득히 담아서 사는 편이다. 사실 한 상자씩 사고 싶은데 봉지에 담는 이유는 종종 아랫부분에서 발견되는 상한 귤 때문이다. 어느 날 손님도 오시고 해서 급하게 지나가는 길에 있는 과일가게에 들렀다. 나름 신경써서 귤 박스를 선택했지만 몇 개는 썩거나 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한 박스 주세요." 내가 말하자 사장님은 빈 상자를 가져와 박스 속 귤을 쏟아 담기 시작하셨다. "바닥에 상한 것들이 가끔 나오네요. 요놈들은 바꿔 드릴게요. 아이들하고 드실 건데 좋은 걸로 드셔야죠."

그 순간 나는 이 가게 단골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사장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저렇게 했을까? 나라면 어떨까? 바닥에 귤 몇 개 상한 것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지금까지 그런 일을 종종 겪어 왔기도 했고.

하지만 썩은 귤 하나도 바꾸려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당연한 게 아님을 느꼈다. 마치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기분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꼭 그 가게를 찾는 나를 보며 사장님은 손해가 아니라 단골 한 명을 더 확보한 것임을 알게 됐다. 어느덧 청탁금지법도 시행 3년이 지났다. 공조직 뿐 아니라 회사나 학교 등 곳곳에 청렴을 위한 목소리가 많다.

'청렴(淸廉)'은 '탐욕 없이 깨끗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노력은 큰 조직이나 기관만의 것이 아니다. 과일가게 사장님처럼 자기 일상생활에서 양심을 지키는 맑은 행동이 청렴인 것이다. 부모가 돼보니 썩은 귤을 골라내는 사장님처럼 세상의 썩은 것을 골라내 아이들에게 맑고 투명한 세상을 열어 주고 싶다.

김민경 청주시 지적정보과 주무관
김민경 청주시 지적정보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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