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고 말리는 과정만 아홉번…고품질 '흑삼' 러브콜 쇄도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허허벌판이던 금산인삼약초특화농공단지에 인삼류 제조기업 중 처음으로 공장을 설립한 곳이 있다. 흑삼전문제조업체로서 '글로벌 넘버1'을 꿈꾸는 농업회사법인 금산흑삼주식회사(대표이사 고태훈) 얘기다. 금산인삼약초특화농공단지가 오랜 진통 끝에 조성 취지에 맞게 분양률 100%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단지의 자존심을 지켜준 금산흑삼주식회사가 있어 가능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기업, 전국을 넘어 전 세계를 노크하고 있는 금산흑삼주식회사를 찾았다. / 편집자

#국내·해외시장 선점한 '금흑'

금산흑삼주식회사는 흑삼전문제조업체다. 찌고 말리는 과정만 아홉번을 반복하는 흑삼은 담흑갈색 혹은 흑다갈색을 띤다.

홍삼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효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금산군은 흑삼이 면역력 강화 및 기억력 개선, 피로회복 효과가 있는 기능성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진세노사이드(사포닌) 성분과 항산화물질이 홍삼에 비해 높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일찌감치 안정성이 검증된 인삼으로 흑삼을 제조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지원해 왔다.

금산흑삼주식회사도 흑삼시장 선점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탄생했다. 지난 2013년 배재대 산학협력단에 금산흑삼특성화사업단이 출범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충청남도, 금산군이 금산지역 5개 식품가공기업과 협업해 설립한 것이 지금의 농업회사법인 금산흑삼주식회사다. 이 회사에서 '금흑'이 탄생했다.

국내시장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브랜드였다. 까다로운 국제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안전성이 보장된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 원료삼을 이용했다.

구증구포 방식의 흑삼제조시스템을 구축하고 제품을 생산하자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마케팅 과정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블랙푸드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흑삼 제품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고태훈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제품에 대한 신뢰는 안전성 검사를 통해 확보했다. 그동안 IFANCA 할랄인증획득(2013), 위험성평가 인증 획득(2016)에 이어 2017년에는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 획득(FSSC 22000) 및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업소 인증,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 적용업소 지정을 받았다.

인삼약초특화농공단지에 공장 등록을 했던 2015년, '금흑'은 법인 설립 2년 만에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농민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금산흑삼주식회사는 전국 6차산업의 모범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GAP 인삼 공동선별사업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수입농산물과 농촌의 초고령화, 농업인구 감소 등 농촌이 겪는 어려움은 금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소농들은 인삼을 수확해도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안전한 인삼을 생산하면서 농민들의 소득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상생의 길은 없을까. 1차산업인 농업과 2·3차 산업을 융복합하는 6차산업이 농정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을 때 금산에선 GAP 인삼 공동선별사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충청남도와 금산군, 금산흑삼주식회사가 지역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매를 걷어 올렸다. GAP 인삼 공동선별사업은 성공적이었다. GAP 인삼 유통이 활성화됐고, 농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게 됐으며, 금산흑삼이라는 '금흑' 브랜드는 '차별화'에 성공했다.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문정우 금산군수의 의지가 기업과 지역의 성장을 견인했다.

금산군은 안전한 인삼약초 생산을 위해 GAP 인증을 활성화하고 부숙제와 유기질 지원, 철재 해가림시설을 지원해 왔다. GAP 인증 농가가 매년 수확하는 농산물은 금산흑삼 주식회사의 선별장에서 선별돼 제품화되고 있다.

이 사업이 전국 6차 산업의 모범이 된 이유는 경영체별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농가는 농산물의 가치를 극대화 하고, 생산업체는 우수한 농산물로 고품질의 제품을 가공해 판매하면서 상생의 길을 열었다.

이렇게 탄생한 금산 흑삼 브랜드 '금흑'도 매출이 상승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인삼 선호도가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공격적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 현재 11개국에 '금흑'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고태훈 대표는 "항암효과에 뛰어난 효능과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흑삼, GAP인증 인삼만으로 가공한 우수하고 청결한 생산시스템이 '금흑'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농민이 웃고, 그 바탕 위에 기업이 성장하고, 마침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상생의 선순환이 지금 충남 금산에서 실현되고 있다.

 

인터뷰 - 고태훈 금산흑삼㈜ 대표이사 

고통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고태훈 대표이사
고태훈 대표이사

고태훈 대표이사 사무실에 걸린 액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부터 깨달았다. 팔남매의 막내. 형과 누나가 보호자 역할을 했다. 어려웠던 시절은 세상에 대한 도전을 두렵지 않게 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0년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됐다. 2001년 금산덕원인삼약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며 사업 영역이 확장됐다.

고태훈 대표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농업회사법인 금산흑삼(주) 설립과 함께 흑삼시장을 두드렸다. 이미 인삼시장은 포화상태였다. 차별화가 필요했다.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 향토산업육성사업 과제사업이 시작되면서 이듬해 농업회사법인 금산흑삼 주식회사가 출범했다. 고태훈 대표의 말이다.

"홍삼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어요.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흑삼이었죠. 개발 당시부터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겨냥했습니다."

농산물의 생산단계부터 수확 후 가공과 유통까지 잔류 농약과 유해물질 등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기준인 GAP 인증은 차별화를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각종 인증은 국내 소비자와 해외 바이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태훈 대표의 꿈은 국내·외 소비자들이 인삼 가공품들을 커피처럼 음료수처럼 마시고 먹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할랄인증에 이어 유태인들을 겨냥해 코셔인증까지 받았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더 큰 꿈을 꾸기 위해선 스스로 건강해야 했다.

아침 5시에 운동을 하며 하루를 열고,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일-가정 균형 실천 기업'이 됐다. 건강한 제품은 건강한 회사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올해 금산흑삼 주식회사는 충청남도가 지정하는 유망중소기업이 됐다.

오는 12월 19일에는 2019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는다. 고태훈 회장은 사단법인 농촌융복합산업인증사업자협회 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도전은 현재진형형이다. 관광객들이 금산에서 인삼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도록 396㎡ 규모의 체험장을 조성중이다. 장기적 비즈니스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금산에 와서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우리회사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주면 가족들이 혹은 연인들이 금산의 자연환경을 만끽하면서 금산의 인삼과 약초, 농산물, 가공품, 먹거리, 시장을 경험하는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빨리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민이 살고 금산이 살아야 금산흑삼주식회사도 미래가 있습니다. 농민과 함께,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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