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25일까지 충북진로교육원에서 '미래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2019 충북진로교육박람회'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고 있다. / 김용수

대한민국의 미래인 초·중·고 학생들의 장래 희망직업에 대한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매년 실시되는 설문이지만 최근 달라진 세태와 직업환경 등으로 인해 주목할만한 변화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선호하는 직업군이 다양해졌고 중·고등학생에게서는 공직이 상위권 다수를 차지해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또한 초등학생부터 성별(性別)에 따라 선호 직업이 큰 차이를 보인 것과 장래 희망직업이 없다고 밝힌 비율이 적지 않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결론적으로 긍·부정을 떠나서 장래희망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초·중·고생 2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현재의 진로교육으로는 희망직업 등 달라지는 직업관련 세태를 따라갈 수 없음을 지적한다. 희망직업 등 진로선택을 위해 27%가 넘는 중학생이 매일 부모와 얘기를 하고 초등학생 1/4이 주 2~3회 흥미와 적성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진로 교육이 집중된 중학교 자유학기·학년제때 탐색·대화의 기회가 많아진다는 분석이 곁들여졌다. 그만큼 자신의, 자식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인데 직업에 대한 정보 경로는 부모, 대중매체, 웹사이트 등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학교에서의 직업·진로교육 강화 주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현실은 이에 못미친다. 진로교사와 학교관리자들이 학교 진로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전문적인 진로교육 인력·역량과 예산·환경지원을 꼽았다는 사실이 궤를 같이 한다. 특정 직업에 쏠리던 희망직업 대상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지만 자고나면 변하는 일자리시장을 기존 교육체계가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최고의 직업으로 꼽힌 교사 선호도 변화가 이를 말해준다. 최근 10년새 5~7%p가 떨어져 초등학생은 7%, 가장 높게 나온 중학생도 11%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지난해 10위권에 첫 진입한데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여자들에게는 뷰티디자이너가 단숨에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추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이다. 교사, 의사, 법률전문가, 경찰관 등 오래전부터 안정적 직업으로 꼽혔던 것을 제외하면 남자와 여자의 선호도가 큰 차이를 보였다. 아직 귀동냥 수준으로 봐야겠지만 관심분야와 범위가 많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희망직업이 없다는 학생비율이 초등 12.8%, 중학생 28.1%, 고등 20.5%로 상당한 수준이다. 체계도, 정보도, 전문성도 미흡한 진로교육이 개인의 고민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3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안돼 멀쩡하던 직업이 사라지는 판에 세태와 거리가 있는 부모의 조언이나, 대중매체·웹사이트 등의 겉핥기 정보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학교 진로교육이 하루빨리 달라져야 하는 까닭이다. 미래를 위한 과학자가 자꾸 뒤로 밀리는 것도 재미와 호기심 유발 등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초등 저학년, 고학년, 중학생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교육을 펼쳐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도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점에서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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