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삽질
끝나지 않은 삽질
  • 중부매일
  • 승인 2019.12.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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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겨울이 다가오면서 맹추위가 오는 날이면 하늘은 푸르고 맑습니다. 숨은 틔지만 한파로 인해 활동을 어렵습니다. 좀 따듯해지나 싶으면 미세먼지가 난리입니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밖으로 나가기 꺼려집니다. 이런 날이 현재 우리의 겨울 일상이 되었습니다. 자연의 파괴는 어느새 우리의 생활 속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대적으로 파괴로 몰아갔던 것은 6·25 전쟁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나라는 이제 흔적도 찾기 힘들게 바뀌었지만 경제 개발로 인한 산업 개발은 다시 땅덩어리를 오염시켰습니다. 땅은 참다 참다 80년도에는 본격적인 오염의 반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환경의 중요성이 생기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오염, 공해가 나오면서 환경이라는 단어를 만들게 해 주었습니다.

그 후 많은 법과 기준 그리고 환경활동 등으로 인해 점점 나아지는 듯하였습니다. 하지만 환경을 위협하는 최고의 문제는 투자와 돈이었습니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삽질'에서는 생태를 포장한 의미 없는 개발을 절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수십조를 쏟아부었지만 남은 건 오염된 하천입니다. 삽질이라는 단어는 '쓸모없는 일을 하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군대에서 사용되었던 단어인데 괜히 땅을 파고 그걸 다시 메우는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을 맨땅에 삽질이라고 표현합니다.

4대강 사업은 바로 이런 삽질과 같습니다. 대규모로 기계를 동원해 모래를 파내고 준설하며 강을 인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다시 모래로 메워놓고 있습니다. 준설하면서 사라진 수많은 생명들은 이제 회복도 어려운 지경입니다. 지속적은 문제가 발생했던 4대강 사업은 그나마 국민들의 관심으로 수문개방, 자연하천 복원 등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삽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큰 강은 아니지만 작은 하천은 아직도 삽질이 이루어집니다. 4대강 사업은 좀 안다는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부역해서 대규모로 삽질을 했다면, 소규모 하천 준설은 무식에서 나오는 생태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괴산의 청천 읍내를 지나는 달천 상류인 구룡천은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인 묵납자루의 서식지입니다. 물론 참갈겨니, 쉬리, 얼록동사리 등 다양한 고유종이 서식하는 하천이기도 합니다. 이번 가을에 이 하천은 모두 파헤쳐졌습니다.

작은 조약돌부터 하천변의 아름다운 풀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천이 깨끗하게 정비되었다는 겁니다. 이 곳에 멸종위기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여부조차 담당자는 모릅니다. 그리고 아주 자랑스럽게 하천 정비를 했다고 좋아합니다.

괴산군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달천의 최상류인 보은군 법주사 일대 하천도 모두 파헤쳐졌습니다. 사업명은 고향의 강 사업입니다. 언제부터 고향의 강이 일자형 하천에 시멘트 보와 석축으로 이루어졌나요? 어느 고향이 그러한지 알고 싶습니다. 이 일대도 역시 멸종위기야생동물 어류와 수달들이 서식하는 곳인데 삽질로 인해 일명 쾌적한 하천이 되었습니다.

삽질을 하천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숲으로 올라온 삽질은 전원주택 조성지로 도시 주변의 숲을 야금야금 먹고 있습니다. 산림이 사라진 숲은 분양도 되지 못하고 황폐한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런 소규모 난개발이 전국적으로 합쳐지면 무서울 정도로 산림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산림의 삽질은 땅값을 올리기 위한 미련한 행동입니다. 경관이 없는 숲을 누가 살고 싶어 할까요?

점점 인구는 줄어들어가고 대규모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와 전원주택 단지들은 몇십 년이면 방치될 예정입니다. 다시 메워야 할 삽질을 우린 돈을 돌리기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모래성을 쌓는 게 낫습니다.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는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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