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 김선우

현실의 식탁과 보여지는 식탁과 보여지고 싶은 식탁 사이
품위 있게 드러내기의 기술 등급에 관하여
관음과 노출 사이 수많은 가면을 가진 신체에 관하여
곁에 있는 것 같지만 등을 내줄 수 없는 곁에 관하여
비교가 천형인 네트에서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노력에 관하여
외로워서 SNS가 필요한 것인지
그로 인해 개인이 더욱 외로워지는 것인지
네, 간단치 않은 문제로군요 좀 더 생각해 봅니다
음모의 발명과 음지의 발굴, 심판의 욕망에 관해서도
손쉽게 전시되고 빠르게 철거되는 고통의 회전율에 관해서도
공유하고 분노한 뒤 달아오른 속도만큼 간단히 잊히는 비참의 소비 방식에 관해서도
늘 새로운 이슈가 필요한 삶의 소란스러움과 궁핍에 관해서도
점점 더 가벼워지는 눈물의 무게, 녹슨 피의 온도에 관해서도
네, 정말 간단치 않네요
몸 없이 몸을 이해하는 일처럼
아니 그보다 몸 없이 몸을 그리워하는 일처럼

..............................................................................................

단순한 소통과 교유의 방편을 지나, 자신을 상품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페북이나 트위터 등 각종 SNS가 사용되고 있다. 굳이 비싼 광고비를 지불할 필요 없이 자신의 저서나 강의를 소개 할 수 있고, 지명도도 높일 수 있으니 참 다행이겠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페북에도 급수가 있다고 한다. '품위 있게 드러내기의 기술 등급' 같은 것. 하지만 아무리 그 등급이 높다고 해도, 그것은 '몸 없이 몸을 이해하는 일'이며 '몸 없이 몸을 그리워하는 일' 아닌가? 홀로그램과 연애하고 섹스봇과 사랑하는 시대가 궁금하고 무섭다. / 최호일 시인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