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자연을 지배하는 원칙은 섭리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며 섭리에 따른다. 두꺼비와 개구리는 동면에 들어가며 섭리에 순응한다. 겨울 철새는 군무를 선보이며 섭리를 받아들인다. 생존과 직결되는 섭리는 엄정하고 치열하다.

삶을 장악하는 원칙은 책임감이다. 책임감은 '맡아서 행해야 할 의무나 임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인생의 문법은 책임감에서 찾아야 한다. 세밑의 시간이 '책임을 다하고 살아 왔는지, 책임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책임을 다하며 살 것인지'를 묻는다. 책임감을 움켜쥐고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고, 이를 회피하고 안위만 추구했던 순간도 많았다.

책임감은 '하기'와 '안 하기'를 모두 담고 있다고 배철현 교수는 말한다. "안 하기 위해서는 나도 모르게 하는 생각과 말, 행동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안 하기'가 '하기'보다 힘들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하기'로 이루어진다. 그 하기는 대부분 무의식적이며 습관적이다. 반면 '안 하기'는 의도적이며 의식적이다. 내가 성취하고 싶은 삶을 위해서는 그릇된 습관을 버리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 책임감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삶의 지침서다.

책임감은 '하고 싶을 일' 보다는 마땅히 '해야 할 일'에 가깝다. 나의 사소한 생각과 무심코 내뱉은 말, 그리고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은 어떤 식으로든 내 삶에 영향을 끼친다. 나의 생각, 나의 말,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내 삶의 격을 결정한다. 책임감은 인격과 숭고함을 지키고자 자신을 엄격하게 제어하는 힘이다. 자신의 삶과 역할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은 눈치를 보거나 휘둘리지 않으며 인생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낸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욕구 충족에만 기를 쓰며 산다. 당장의 달콤함에 취해 소중한 인생과 귀한 인연을 짓밟아버린다. 책임감 부재의 산물인 부도덕한 비리들을 수습하려 애쓰지도 않고, 비리가 일어난 적이 없는 척하거나 모르는 척 외면하고, 화기애애하고 행복한 척하며 연출하는 가짜 삶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은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는 꼼수를 부리며 찌질 하고 허접한 삶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장난을 치다 거울을 깨는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어떤 사람은 잘못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거울을 치우다 손이 베이고 피가 나더라도 감수하며 치운다. 어설프게 걸어놓은 점을 뉘우치며 튼튼하게 못질하고, 거울 앞에서 장난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반면에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시치미를 뚝 떼고 거짓말을 한다. 거울 깬 것이 들통 나면 도망치거나 깨진 거울에 사람들이 찔려 아파하면 모르는 척 외면한다. 깨진 거울을 치우거나 못을 튼튼하게 박아야겠다는 어떤 책임감도 갖지 않는다.

누구나 잘못을 하며 산다. 책임감에는 사람을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려 놓는 힘이 있다. 자신 앞에 놓인 인생과 역할에 책임지는 삶의 자세와 잘못에 대해 외면하거나 남 탓하지 않으며 수습하려는 삶의 방식이 삶을 온전하게 살게 해 준다. 내 앞의 삶이 달든 쓰든 껴안고 정성을 다해 진정성을 갖고 살아내려는 모습이 책임지는 삶이다. 위대한 개인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디자인하고 책임감을 목숨처럼 아낀다. 책임감은 삶을 망치는 폭군이 아니라 제대로 살게 이끌어주는 지혜로운 왕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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