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과제' 대부분 추상적 내용·정책 재확인 수준 그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청주시는 미세먼지 문제를 공론화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며 미세먼지 저감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에 중부매일은 대토론회 정책 도출과정 및 결과를 분석, 그에 따른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봤다. /편집자

지난 14일 청주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청주시민 대토론회는 약 3주간의 참여자 모집 결과 650여명의 시민이 참여 신청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청주시만의 특별한 미세먼지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달리 선정된 10대 정책 및 시민실천과제는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내용으로 채워져 아쉬움이 남았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한범덕 청주시장의 토론제안을 시작으로 이재은 충북대학교 교수의 기조발제(청주시 미세먼지 현황과 대응방향), 토론 순으로 이뤄졌다. 원탁별로 진행된 토론은 개인별 자기주장을 하는 입론과 원탁별 질의·응답을 하는 의견공유, 자유로운 상호토론,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현장투표를 통해 정책과제를 결정했다.

격렬한 토론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 10대 정책과제에는 총 23가지의 안이 도출됐다. 이중 참여자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정책은 도시숲 등 도심 내 녹지조성으로 16.2%의 투표율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버스 등 대중교통 활성화 및 체계 개편이 11.7%, SK하이닉스 NLG발전소 건설 중단 10.6%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일회용품 사용줄이기(8.6%) ▶소각장 규제 강화 및 신규·증설 중단(8.6%) ▶자전거·걷기 등 녹색교통 문화확대(4.7%)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확대 및 운행제한(4.4%) ▶친환경차량 보급확대(4.0%) ▶미세먼지 교육 확대(3.9%) ▶사업장 배출 감시 및 관리 강화/쓰레기 저감정책 추진(3.7% 동률)이 10대 정책과제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 채택되지 못한 안에는 신규 산업단지 개발 중단(3.5%), 가정용 난방연료 교체 및 지역난방확대(3.3%), 대기오염 총량제 도입(1.2%) 등이 있다.

3시간여의 토론으로 10대 과제가 선정됐지만 해당 내용 대부분이 청주시 현안으로 대두된 문제이거나 이미 문제의식을 자각하고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내용이다. 또 차량 배출가스 줄이기, 쓰레기 감축 등 맥락을 같이 하는 안이 세분화돼 2~3가지 안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톡톡 튀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발굴해 '내가 만들고 우리가 실천하는 미세먼지 정책'을 세우자는 슬로건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남녀노소·각계각층 의견을 듣고자 한 의도와는 다르게 특정 계층에 편중된 참여인원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토론에 참석한 연령별 참여도는 10대 12.2%, 20대 8.7%, 30대 7.9%, 40대 17.4%, 50대 31.8%, 60대 17.1%, 70대 이상 4.9%로 나타났다. 통계를 살펴보면 중장년층으로 구분되는 40~60대 사이 참여율이 66.3%로 과반을 훌쩍 넘었지만 10대와 20대의 참여율은 20%를 겨우 넘었다. 계층과 인원을 고르게 분배해 어느 한쪽의 의견이 편중되지 않도록 했지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전체적인 토론참여 연령층이 높게 잡히면서 젊은 세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한 참여자는 "차라리 연령별 계층별 특징을 나눠 토론을 진행했다면 더 특색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다보니 문안한 안이 지지를 받고 채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미세먼지가 가장 뜨거운 환경 이슈 이다보니 토론회 추진위 구성에는 녹색청주협의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지역 환경단체가 대거 참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정책이 현재 이슈에 대한 재확인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통상적인 결론은 '100일간의 비상행동 시민실천과제 선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회용품 줄이기 등 쓰레기 저감 ▶대중교통 이용하기 ▶걷기운동 실천 ▶LNG반대시위 동참 ▶재활용품 분리수거하기 ▶나무심기 등 개인녹지 조성 ▶에너지 절약하기 중 1회용품 줄이기 등 쓰레기 저감이 46.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7가지 안 모두 3시간의 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안으로 보기에는 추상적인 내용들이다. 그나마 1회용품 줄이기 등 쓰레기 저감은 청주시가 최근 집중적으로 정책홍보에 나서고 있어 시민 공감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에 도출된 결과가 평이하고 일반적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을 수립한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만큼 토론방식 등을 수정·보완해 숨어있는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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