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이제 올해도 보름 남짓이다. 문득 세밑에 드는 상념이다. 그것은 '그대 세상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말머리다. '그대'는 고은의 '가을편지'처럼 그 누구여도 좋다. 

암담한 시국을 자초한 정치권이라 해도 무방하다. 한국경제를 나락에 빠뜨린 정부라 해도 좋다. 또 나라를 이 지경으로 방임한 기생(寄生)언론도 물론이다. 

국회를 파탄 낸 여야의 이전투구 밥그릇 싸움이 가관이다. 이들은 512조 새해 예산안을 쌈짓돈 다루듯 날치기했다. 이제는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19대에는 선거구 획정을 놓고 지루한 싸움을 벌이더니 제 버릇 개를 못 주는건 여전하다. 

이제 4년이 지난 오늘 다시 선거를 통한 변혁을 운운하고 있다. 참 뜨악하고 비루하다.

뿐인가 혁신과 경제회생을 외쳐대는 계파, 지역주의 망령은 좀비와도 같다. 4년 전 우병우나 오늘의 조국의 뻘짓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권력의 속성은 보수나 진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권력에 중독되면 민심도 시대의 격랑도 불감하게 마련이다.

그저 패거리를 나눠 승자 독식 게임에 나라가 거덜 날 판이다. 계층, 지역, 이념 간 대립을 조장하면서 제 손에는 피를 묻히지도 않는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좌우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은 단골 메뉴다. 순진한 국민들은 '인지적 무의식'에 빠져 이들에게 매번 놀아난다. 

이런 착시는 이번 총선에서도 재연될 것이 뻔하다. 향기로운 라일락이 필 때쯤 손가락을 장(醬)에 지지는 탄식이 반복될 것이다. 역대 선거가 그랬다.

경제는 어떠한가. 양질의 일자리 제조업 취업자는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 또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영세 자영업자 130만 가구, 한계 가구 100만, 실업인구는 140만 명에 달한다. 이자와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가 240만 명에 이른다. 

이 정도면 더블딥에 빠진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은 관화한 일이다. 대전에서도 한 해 인구가 1만 명이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30년 다 된 둔산 아파트가 석 달 새 5억 원이 올랐다. 전국의 떴다방들이 서울은 '똘똘한 한 채', 지방은 '값싼 여러 채'를 매입하면서 빚어진 광풍이다. 

20년 전 IMF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도 그 교훈을 잊은 것이다. 빚을 내 흥청대는 습성과 남아도는 유동자금이 빚어낸 결과다. 

이런 경제적 위기는 자영업자가 많은 탓도 있겠으나 불공정한 사회구조 요인이 더 크다. 그 결과 한 해 아이를 30만 명도 낳지 않는 '헬조선'으로 전락했다. 

그런 만큼 경제 살리기는 재정과 금융, 산업정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기업들의 4차, 5차산업에 대한 투자 없이 재정확대만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효 없는 '소주성'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문제가 있는 데도 인식하지 못할 때 더 큰 문제를 낳는다.

기생언론 또한 종범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중병이 들었는데도 요설만 떨고 있다. 한쪽에서는 가짜뉴스가 양산되면서 리플리 증후군이 판을 치고 있다.

중앙, 지방언론 막론하고 권력에 빌붙어 특혜성 한탕주의를 노리는 폐해도 크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호가호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잘못한 것을 잘못됐다고 비판하지 못하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되레 그른 것을 바르다고 하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

그렇다면 검찰만이 아닌 정치 개혁, 공직 개혁, 언론 개혁을 왜 말하지 않는가. 이래저래 정의와 상식이 실종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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