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운명공동체임에도 상대를 죽이려다 모두 죽고 마는 '공명지조(共命之鳥)'가 2019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우리 사회 지성인을 대표하는 대학 교수들이 그해 사회의 궤적을 짚어내는 한자(漢字)성어를 선정·발표해 온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하나에서 시작됐고 하나일 수 밖에 없음에도 지금 눈앞에 다른 얼굴로 마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그 결과는 공멸(共滅)이다. 아직도 그 끝을 알수 없을 정도로 분열된 오늘의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불교경전에 나오는 '공명조'는 하나의 몸이지만 두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각각 낮과 밤에 일어나는 등 다른 길을 간다. 한 머리가 몸에 좋은 열매만 챙겨 먹는 것을 질투한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먹어 결국 두 머리와 몸 모두 죽음에 이른다. 상대를 짓누르고 억압하면서 자기만 살려고 하다가 함께 파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게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까닭이다. 저 죽을 줄 모르고 불구덩이에 함께 뛰어드는 꼴이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를 보면 갈등과 분열 그리고 이로 인한 혼돈과 혼란에 대한 것이 두드러진다. 두번째로 많이 뽑힌 '어목혼주(魚目混珠)'는 물고기 눈이 진주와 섞였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분간하기 힘든 상황을 말한다. 세번째인 '반근착절(盤根錯節)'은 뿌리가 내려진뒤 마디들이 이라저리 얽혀져 있는 어지러운 상황을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선택된 '지난이행(知難而行)'과 '독행기시(獨行其是)'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실행할 것을 강조하고,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으로 현 시국과 관련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사자성어들을 살펴보면 각각 다른 얘기들을 다루고 있지만 공통된 시각을 추려낼 수 있다. 좌우로 갈라진 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우리 사회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어지러운 지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면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종착점은 공멸이라는 사실이다. 좌우로 분열이 됐건, 기득권과 비기득권으로 나뉘어지건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은 한 몸이란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지금 서로를 죽일 듯 싸우는 이들 모두도 운명공동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는 갈등의 골에서 헤매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종이다. 오랜 시간 자신들의 텃밭을 중심으로 뿌리 내리다보니 뻗어나간 마디들끼리는 이미 얽히고설켜 방향성마저 잃은 게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좌우가 달리 움직이는 머리보다도 이에 덧붙어, 혹은 여기서 갈라져 뒤얽힌 것들이 더 문제다. 스스로 목줄을 죄거나 제 몸을 파고들어가는 데도 '우리 줄기, 우리 마디'라며 감싸기에 급급하다. 두개의 머리는 균형을 맞추며 지낼 수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헛된 욕심의 줄기와 마디는 우리의 미래까지 공멸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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