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톡톡 사과발효팝콘 튀기며 웃음꽃 활짝

충북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에는 달달한 팝콘 튀기는 냄새가 가득하다. 2014년 마을기업에 지정된 '내포긴들마을영농조합법인'은 주민들이 팝콘옥수수를 공동재배하고 같이 수확하며 참여하고 있다. 마을이장인 손병용 내포긴들마을 대표와 마을주민들이 사과팝콘, 고추팝콘, 우유팝콘 등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김미정
충북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에는 달달한 팝콘 튀기는 냄새가 가득하다. 2014년 마을기업에 지정된 '내포긴들영농조합법인'은 주민들이 팝콘옥수수를 공동재배하고 같이 수확하며 참여하고 있다. 마을이장인 손병용 내포긴들마을 대표와 마을주민들이 사과팝콘, 고추팝콘, 우유팝콘 등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에는 달달한 팝콘 튀기는 냄새가 가득하다. 2014년 마을기업에 지정된 '내포긴들마을' 때문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발효팝콘을 주 아이템으로 내세운 이 마을기업은 마을주민들과 팝콘옥수수를 공동재배하고 같이 수확하고 팝콘체험활동에도 같이 하고 있다. 주민 평균연령 70대에 초등학생이 2명뿐이던 전형적 농촌마을은 '일'과 '일자리'가 생기면서 활기가 생겼고, 주민들간 달달한 정(情)이 버무러지면서 서먹했던 공동체가 되살아났다.

이 달콤한 변화를 이끈 이는 손병용(49) 내포긴들영농조합법인 대표다. 그는 7년차, 신니면 최연소 마을이장이기도 하다. 손 대표는 30년만에 귀향해 2013년 8월 내포긴들영농조합을 설립했고 이듬해 마을기업 신규 지정을 받았다.

"마을기업을 알게 된 것도 행운이고, 마을기업 덕분에 마을이 행복해졌고, 돈도 벌리고, 공동체도 회복되고, 미래가 있는 마을이 됐어요. 이런 행운이 어딨겠어요?"(손병용 대표)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에 위치한 마을기업 '내포긴들마을'의 체험장이자 판매장. / 김미정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에 위치한 마을기업 '내포긴들마을'의 체험장이자 판매장. / 김미정

내포긴들마을은 행정안전부 지정 마을기업이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과 농촌건강장수마을, 농협 팜스테이마을 등 4개가 접목돼있는 흔치 않은 경우다.

마을에서 주민들이 직접 기른 팝콘옥수수와 사과 등 지역농산물로 사과팝콘, 고추팝콘 등을 제조·판매하고, 공예체험 등 농촌체험프로그램, 팜스테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은 올해 4억원. 마을기업 지정 후 매년 20%씩 매출이 늘었다. 이는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밑천이자 자신감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공장을 완공했다.

"마을주민이 직접 700평 밭에서 팝콘옥수수 농사를 지어왔는데 주문 량이 늘어 올해부터 계약재배를 통해 인근 4개 농가와 인근마을 5천평으로 늘렸어요."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 전경. 인근에 충주에서 가장 큰 용당저수지가 있고 마을을 지나는 요도천이 흐르는 기름진 들판에서 사과, 쌀, 새송이버섯 등을 생산하고 있다. / 내포긴들마을 제공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 전경. 인근에 충주에서 가장 큰 용당저수지가 있고 마을을 지나는 요도천이 흐르는 기름진 들판에서 사과, 쌀, 새송이버섯 등을 생산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 내포긴들마을 제공

손 대표는 내포긴들마을의 성공요인으로 '마을주민과 함께한다'는 점을 꼽았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 90%가 영농조합법인에 참여해 농산물 수확부터 판매,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73가구 157명 중 77%(56가구)가 출자했고 6명의 마을 대표(이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부녀회 총무, 전 부녀회장 등)로 영농조합을 구성했다.

"엉덩이방석 사드리고 호미 사드리고 자장면 만들어드리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죠."(손병용)

벼농사보다 수익이 두배 늘었다며 주민들도 함박웃음이다. 앞마을인 원평리 이장이자 신니면 쌀전업농회장인 박준순(53)씨는 올해 첫 옥수수농사(1천2300평)에 참여했는데 예년보다 수익이 늘었다며 좋아했다.

마을주민인 박숙희(76·여) 할머니는 "개인소득도 늘고 행복한 마을이 돼서 신니면 전체에서 우릴 부러워한다"고 자랑했고, 이상숙(68·여) 부녀회장도 "마을기업 덕분에 우리 동네가 화목해졌고 벽화도 그려지고 매일 웃는 얼굴로 대해 좋다"고 반겼다.

내포긴들마을영농조합법인 손병용 대표. 최연소 이장이면서 7년차 이장이다.  30년만에 귀농해 마을기업을 이끌고 있다. / 김미정
내포긴들영농조합 손병용 대표. 최연소 이장이면서 7년차 이장이다. 30년만에 귀농해 마을기업을 이끌고 있다. / 김미정

마을기업이라고 해서 구멍가게가 아니다. 경쟁력을 갖췄다.

효소팝콘 개발로 특허(2016년)를 보유하고 있고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비롯해 200팀이 응모한 농협 주관 농식품아이디어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이달 초에는 농림부 주최 제4회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에서 '판매왕 챌린지' 대상(국무총리상)을 안았다. 농식품분야에서 가장 큰 상으로, 상금이 1억원이다.

"시상식에서 계속 울었죠.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이번이 삼수인데 첫 도전 때에는 서류탈락이었거든요. 본선에서 15개 팀이 4개월간 현장심사, PPT발표 등을 하면서 경쟁했어요."

지금은 성공궤도에 올랐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성과가 난 건 아니었다.

손 대표와 아내 둘이서 사업 개발부터 마케팅, 회계 등을 배워가며 온 힘을 쏟았고 2013~2015년 3년간 뼈대를 잡고 정착해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버텼다.

내포긴들마을 제품. 내포마을에서 재배한 팝콘옥수수와 사과 등으로 만들었다. 효소팝콘 개발로 특허를 갖고 있다. / 내포긴들마을영농조합법인 제공
내포긴들마을 제품. 내포마을에서 재배한 팝콘옥수수와 사과 등으로 만들었다. 효소팝콘 개발로 특허를 갖고 있다. / 내포긴들영농조합 제공

"마케팅, 판로 개척이 가장 힘들었어요. 열정은 뛰어난데 막상 실전, 홍보, 프로그램 개발에서는 역량이 부족하더라고요.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했죠. 충북기업진흥원 등 주위 기관에서 도와주셔서 힘이 됐어요."(손병용)

2013년, 손 대표가 마을에 심은 사과를 첫 수확하는 해였는데 추석전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입었다. 위기가 기회가 됐다. 아내가 땅에 떨어진 사과로 발효액(효소액)을 만들었고 팝콘에 묻혔는데 옥수수의 고소함과 사과의 달콤함이 괜찮았다. 차별화된 아이템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초창기에는 주민들 반응이 시쿤둥했어요. 이장인 제가 '체험마을 합시다' 하니까 '우리 마을에 들판밖에 없는데 누가 사람이 오냐'고 하셨고, '한달에 1번씩 마을회의 하면서 꽃 심읍시다' 하니까 '새마을사업할 때보다 더 힘들다'고 투덜거리셨는데 지금은 '우리 마을이 최고다', '우리 이장이 하자면 해야지' 분위기로 바뀌었어요."(손병용)

전형적 농촌마을인 내포마을에는 마을기업이 활성화되면서 벽화가 그려졌다. / 김미정
전형적 농촌마을인 내포마을에는 마을기업이 활성화되면서 벽화가 그려졌다. / 김미정

마을에는 내년 250평짜리 '긴들권역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주민들 문화복지활동공간, 체험객 체험활동공간, 숙박시설이 갖춰진다. 농림부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 일환인 권역사업에 2016년 선정돼 4년 사업으로 예산 39억6천만원 따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마을회관 신축, 공원 3개 신축, 농기구창고 리모델링, 꽃길 조성도 이뤄진다.

체험마을로서 목표는 2025년까지 연 3만명인데 그 이후로는 연 10만명(누적)을 잡고 있다.

내포긴들마을은 이제 마을기업의 수익을 마을에 나누는 데까지 손을 뻗히고 있다. 2014년부터 신니면 26개 마을의 경로당에 사과, 버섯 등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에는 신니면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에 장학금 총 240만원을 전달했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춤을 가르쳐주고 공연도 가졌다.

작지만 야무진 마을기업 '내포긴들마을'이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터뷰] 손병용 내포긴들마을 대표

"영화관에 국산옥수수 팝콘 들어가게 하는 게 꿈"

내포긴들마을영농조합법인 손병용 대표. 최연소 이장이면서 7년차 이장이다. 30년만에 귀농해 마을기업을 이끌고 있다. / 김미정
내포긴들영농조합 손병용 대표. 최연소 이장이면서 7년차 이장이다. 30년만에 귀농해 마을기업을 이끌고 있다. / 김미정

"농촌에 비전이 보이더라고요. 희망이."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 내포마을은 손병용 대표가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초등학교 2학년때 서울로 이사가 30년만인 2008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대기업 반도체회사도 다녔고, 사업도 했었고, 무역회사도 다녔었다. 증조할아버지부터 4대째 살아왔고 외아들인 손 대표도 언젠가 고향에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마을기업을 처음 접한 건 2008년 2월 지하철 신문광고에서였다. 농림식품부에서 도시민을 대상으로 4개월간 합숙하면서 귀농교육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농산물 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선도농가·체험마을 방문 등을 하면서 내 고향과 매치해서 그림을 그려보니까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귀농교육이 6월 27일에 끝났는데 바로 다음날 짐싸서 고향에 내려왔어요."

교육동기생중 4명과 함께 시작했다. 잡초가 무성했던 4천평 땅에 콩, 단호박 등을 심었고 2010년 사과나무를 심었다. 2012년에는 체험마을을 시작했고 2013년 법인 설립, 2014년 마을기업 지정을 받았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일군 시간들이었다.

손병용 내포긴들마을 이장 겸 대표 . / 김미정
손병용 내포긴들마을 이장 겸 대표 . / 김미정

이제 손 대표의 목표는 국내 극장에 국산 팝콘옥수수가 들어가도록 하는 것. 국내 팝콘시장은 8천억원대이지만 대부분 미국산 옥수수다.

"우리나라 극장에 왜 우리나라 팝콘이 못 들어가죠? 극장 팝콘(단품) 가격이 5천500원인데 원가가 50원도 안돼요. 국산을 쓰면 500원인데. 1년에 팝콘 먹는 사람이 1억명이라는데 소비자 인식이 바뀌어서 농업의 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습니다."

국산옥수수로 쓸 경우 1천6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고, 우리 농민들에게 82억원의 소득이 생긴다는 연구자료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

손 대표는 마을기업을 통해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즐거움이 넘치는 마을을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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