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5년간 끌어오던 쌀 관세화 검증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지키기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513% 관세를 그대로 관철시켰으며, 저율관세 수입량(TRQ)도 기존 40만8천700톤에서 한 톨도 늘어나지 않았다고 하니 우리 농촌과 농업인들에게 정말 다행스럽고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쌀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연속해서 관세화를 유예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TRQ(저율관세할당물량)가 국내 소비량의 10%까지 늘어나는 값비싼 대가를 경험했었다. 두 차례의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 2014년 들어서는 다소 혼란을 겪긴 했으나 관세화로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었고 특히 당시로는 그 누구도 생각해 내지 못한 513%라는 높은 관세를 고안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해 온갖 시름으로 주름진 이땅의 농업인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감싸주기도 했었다.

사실 2015년 관세화 초기만 하더라도 513% 관세가 관철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무모하게 높은 관세를 제시했다느니 하는 비판 일색이었고 대부분의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관세화 검증 과정에서 513% 관세 유지가 불가능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TRQ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까지 했었다.

지난 2014년 9월 쌀 관세율을 513%로 결정하겠다고 WTO에 통보했지만 미국과 중국, 베트남, 태국, 호주 등 쌀 수출 5개국이 관세율이 높다고 이의를 제기해 2015년부터 한국이 정한 관세율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되어 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얼마전 검증 절차 종료 결과, 우리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난 1995년 WTO 가입 후 모든 농산물을 관세화했으나, 우리쌀은 두 차례에 걸쳐 관세화를 유예했고 대신 일정 물량(저율관세할당물량, TRQ)에 관세 5%를 적용해 수입을 허용해 왔고 TRQ 쌀은 가공용으로만 수입됐었다.

즉, 쌀의 관세를 20년간 유예한 대가로 TRQ를 조금씩 늘리기로 각국과 합의한 셈이다. 1995년 5만1천307톤(1988~1990년 쌀 소비량의 1%)이던 쌀 TRQ는 지난 2014년 40만8천700톤으로 늘어났다.

이런 농업·농촌의 현실과 지난 9월 안타까운 사건이었던 민식이법을 볼모로 정치권은 패스트트랙(국내 정치에서는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 경제 분야에서는 일시적 자금난의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국제 분야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상협상을 신속 체결할 수 있도록 의회로부터 부여받는 협상특권을 지칭)과 필리버스터(의회 안에서의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하여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로 한시라도 급한 각종 민생법안들과 예산안 합의에서 더욱 각을 세우고 있는 현실이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의 '해적선(교전국의 선박을 공격할 권한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민간 무장선박)'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작금의 우리농업 농촌이 언제 필리버스터 당할지 모르니 한시라도 급히 우리쌀과 농축산물 방어를 위한 패스트트랙 정책이 필요함에도 말이다.

내국민대우 원칙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3조에 규정된 무역 규범으로, 수입 물품에도 국내산 동종 상품과 동등한 시장 경쟁 조건을 각국이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특히 농산물 생산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로서는 그 타격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 쌀 생산량은 374만4천톤으로 예상된다. 냉해와 여러차례의 태풍 피해가 컸던 1980년 이후 최저치지만,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어 여전히 국내산 쌀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되어 조금 반등한 쌀가격이 다시 하락할까 우리 농업인들은 노심초사에 빠져있다.

그렇다면 우리쌀 가격을 방어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 농업전망'에 따르면 최근 쌀 관련 소비 동향은 전체 쌀 소비량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간편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즉석가공밥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정간편식 시장규모 '09, 0.7조원 → '16, 2.3). 한편, 국내 1인 가구가 2015년부터 2인 가구를 앞지르기 시작해 2016년에는 1인과 2인 가구가 전체의 54.1%로 과반수 이상이 소가족 형태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식품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고 쌀에서도 5kg 이하 소포장의 증가가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최근 소비자들이 쌀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품질과 밥맛으로 과거처럼 가격을 중요시 했던 경향은 많이 줄어들었음을 알수 있습니다.(66.4%, 2017 식품소비행태조사).

다만, 쌀을 구입할 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가격 18.9%, 품종 18%, 생산지역 16.7% 순이어서 소비자가 품질과 맛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로 실제 2000년 후반부터 쌀 포장지에 품질 표시가 가능토록 규제를 풀었으나 별도의 규제사항이 없어 품질 차별화를 위한 표시사항(브랜드 및 지역명칭)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가올 2020년 병자년 우리쌀과 관련해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적정생산과 소비 확대를 위한 품질고급화와 부가가치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자와 농업인, 가공업체가 원하는 품종 즉, 재배안정성과 더불어 밥맛이 좋은 품종 개발을 통해 쌀 품질 고급화뿐 아니라 특수성분을 포함한 기능성 품종 등 다양한 품질 기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개발된 품종이라 하더라도 쌀 유통시장에서 상품화돼 소비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농협은 육성 품종중 품질이 매우 우수하고 밥맛이 좋은 쌀을 '최고품질 쌀'품종으로 선정해 (지역)브랜드화 및 로컬푸드 매장등을 통해 수입쌀과의 차별성을 유도하고 유통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품질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표시사항의 강화 등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쌀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게다가 단순한 식품원재료로써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가 부여된 상품 개발로 이어지게 민간기업과의 MOU(업무협약) 등도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쌀을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우리쌀을 먼저 애용하자. 우리쌀을 세계적 우수식품으로 발전시켜 그동안 잠재된 우리쌀 시장의 확대와 함께 우리쌀이 반도체와 같은 수출효자 역할을 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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