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강(强)대 강(强)이다. '조국보다 더 센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추다르크 추미애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윤석열이 법무부장관(후보자)과 검찰총장으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50여 일 만이다. 추미애에겐 '검찰개혁'이라는 청와대의 특명이 떨어졌지만 정권에 칼끝을 대고 있는 윤석열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윤석열은 국민을 바라보고 법대로 가겠다며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둘 다 강단 있고 고집이 있다. 그래서 추미애-윤석열 조합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을 무력화시켜 유재수 비리사건과 울산 선거개입등 정권의 국기문란행위가 방치된다면 국가적인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추미애와 윤석열의 보이지 않는 대립에는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있는 정권의 향방이 걸려있다.

추미애는 여전사 잔다르크처럼 직선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휘어지면서 바람을 이겨내는 대나무보다 바람에 부서지는 참나무가 되고 싶다"는 추미애의 말에는 성격의 단면이 드러난다. 추미애는 민주당에서 당적을 바꾼 적이 한 번도 없다. 2002년 16대 대선까지만 해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돈독했고, 참여정부 탄생에도 공헌했다. 그러나 2004년 노무현 탄핵 사태 때 다른 길을 걸었다. 추미애는 DJ 때문에 정치에 입문한 의리를 저버릴 수 없어 노무현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지만 탄핵이 부결된 후 총선에서 민주당이 궤멸되고 자신도 낙선하자 광주에서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통해 속죄했다.

소신에 집착하다가 좌절을 겪기도 하고 당내 불협화음을 만들기도 했지만 관운은 좋은 편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내리 5선을 했으며 집권여당 대표에 선출돼 지난해 8월 임기를 다 채운 첫 번째 당대표라는 타이틀을 안았다. 물론 정권의 핵심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추미애 패싱'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촛불 정국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 등 격동기에 당 대표직을 완주한 것은 정치적인 역량과 뚜렸한 소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미애를 법무부장관으로 맞이하는 검찰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원칙의 화신인 윤석열이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 그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립서비스'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조국을 낙마시킨 뒤에도 고삐를 틀어쥐고 유재수 감찰 무마와 경찰의 청와대하명수사를 통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파헤치며 청와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으로 부터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흔들림 없다. 이미 호랑이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그에겐 퇴로가 없다. 잘못된 길로 빠지고 있는 권력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냥개에서 벗어나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적 중립성을 되찾기 위해 검사로서 모든 것을 걸었다. 죽은 권력도, 살아있는 권력도, 진보·보수도 예외없다. 죄가 있다면 잡아내 반드시 죄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추미애는 윤석열 라인을 고사(枯死)시켜 종이호랑이로 만드는는 것을 선결과제로 삼은 듯 하다. 이미 작전은 개시됐다. 법무부가 검찰 간부 인사 작업에 돌입했다. 청와대와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을 향한 수사에 제동을 걸기위해 '수사팀 교체 작업'이 뒤따를터다. 하지만 이 정권이 타락한 권력을 단죄하려는 윤석열을 고립시킨다면 강한 역풍이 맞게 될 것이 틀림없다.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 진다. 한 겨울 광화문은 더욱 뜨거워질 수도 있다.

추미애는 이럴 때 자신의 진정한 소신을 보여줘야 한다. 검찰수사를 막아 청와대 특권층의 부패와 권력의 사유화를 통한 국기문란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명분을 잃게 하는 것이다. 추미애는 나쁜 정치의 방패막이가 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편에 서서 이 땅의 정의를 살리고 민주주의 기본질서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은 추미애의 소신과 윤석열의 원칙이 충돌하기보다 조화를 이루길 바랄 것이다. 윤석열이 그랬듯 추미애의 놀라운 반전을 보고 싶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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