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겨울이 오면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추위가 두려운 이들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찬바람을 이겨낼 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동장군이 원망스러운 존재다. 국가의 보호 대상에는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해당되지 않아 소외된 이들이 있다. 설사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미미한 경우라서 그저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 총액 512조원 중 가장 비중이 큰 분야가 보건·복지·고용으로 180조원에 이른다. 복지부의 예산 증가율이 다른 부처보다도 높다. 과거 어느 때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더라도 도움이 꼭 필요한데도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을 기대하고 특별법으로 설립된 법정 기부 단체가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다.

사랑의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직원이 312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체계를 갖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연말연시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한다. 정한 모금 목표를 100도로 설정하고 사회의 온정이 끓어 넘치기를 기대한다. 1998년 첫 연말 모금운동을 전개한 이래로 모금액이 증가하다가 2015년에 이르러 전년도에 비해 줄어들었고 조금씩 다시 증가하다가 작년에는 2017년에 비해 작은 차이지만 모금액이 줄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과 같은 기부단체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기부자들의 눈길을 돌리게 한 측면도 있다.

기부를 말할 때 미국의 기부 문화를 예로 드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기부를 잘 한다. 돈 좀 벌었다는 기업가치고 고액 기부자 반열에서 빠지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고 생각할 정도다. 전례대로라면 아마도 우리의 예산 총액보다도 많은 액수를 그들은 기부한다. 빌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의 기부 행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거액의 기부자들이 뉴스를 장식하지만 전체 기부액 중에서 일반인의 기부액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자선단체에 대한 신뢰'가 기부 이유임을 밝히기도 한다. 투명함을 믿을 수 있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반면에 우리의 자선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하기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의 평균 보수가 2019년 예산 기준으로 4천815만9천397원이라고 공시하고 있고 점심값으로 1인당 월15만원을 지급하며 경조금도 지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모아지는 성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듯하니 다행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어려운 이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는 법이다. 이럴 때 더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의 기부금 규모는 GDP 대비 0.8%에 불과하다. 미국은 2%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왜 재벌가의 기부가 저조한 것일까. 오히려 자수성가한 이들이 기부하고 있고 재벌 2세니 3세니 하는 이들이 크게 기부했다는 뉴스를 듣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러니 어쩌랴, 우리 필부들이라도 나서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일이다. 결국 신뢰 사회를 구축하는 일인데 정치권에 기대해도 될런 지 의심스럽긴 하다.

그러나 정치권만 탓하다가는 아무 일도 못한다. 우리 스스로 나서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당장 믿을만한 자선 단체를 찾아보자. 그래서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조금씩 떼어내 보자.

지금 사랑의 온도는 몇 도인가. 아직 30도에도 이르지 않은 29.3도다. 끓어 넘치게 해보자, 이제 우리가.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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