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구 교수의 창업·경영이야기

산둥성은 서해바다를 건너면 나타나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성이다. 중국인들은 한국과의 가까움을 나타내는 말로 ‘산둥은 한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산둥성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칭다오(청도)가 속해 있다. 칭다오는 우리나라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도시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게 생각하는 도시다. 한국 기업이 6천여 개, 우리기업에 취직해서 일하는 중국인이 20만 명이 넘는다. 칭다오시 수출기업 상위 20개 중 한국 기업이 12개나 된다. 매년 한국인의 축제를 열만큼 우리기업과 한국인이 많다.

산둥상인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신용과 정직이다. 중국에서 다른 지역의 상인 말을 믿어서는 안되지만 산둥상인의 말은 절반은 믿어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용과 정직을 추구한다. 산둥성에서는 사업이 술로 시작되고 술로 끝나기 때문에 술 없이 산둥에서 장사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들은 술을 마셔서 몸이 좀 상하더라도 장사는 할 수 있지만 술을 안 마셔 피차간에 감정이 상하면 장사는 끝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50~60도의 백주를 씩씩하게 마신다. 심하면 백주를 맥주잔으로 원샷하기도 한다. 그것도 반갑고 흥겨우면 한 사람이 세 잔씩 원샷하기도한다. 그 다음에 사업 얘기가 시작된다. 산둥 사람은 술을 마셔야 혀가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움직여서 그 때부터 모든 게 술술 풀린다고 생각한다. 산둥성에서는 술 한잔도 못하는 사람은 사업가 취급을 받지 못한다.

산둥상인은 통이 크다. 그래서 산둥상인들은 같은 가격이면 큰 것을 최고로 생각하고, 질보다는 양을 우선한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은 전통을 중시한다. 하지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시장경제에서는 외부 환경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고 적합하게 변하느냐가 관건이고, 법칙이다.

칭다오에는 세계적인 브랜드인 하이얼이 있다. 하이얼에 관한 일화는 지금도 기업인들 사이에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1985년 12월 6일 하이얼 그룹 장뤠이민(張瑞民) 총재는 공장작업장에서 전체 직원회의를 소집했다. 분위기는 침통했다. 작업장 앞쪽에는 76대의 막 출고된 냉장고가 놓여있었고, 각 냉장고 앞에는 76개의 철퇴가 놓여있었다. 장 총재는 간단하지만 비장한 훈시를 하고 철퇴를 들어 막 출고된 냉장고를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사원들도 철퇴를 들어 나머지 75대의 냉장고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 냉장고는 검사결과 불합격품이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하이얼 12.6 냉장고 파괴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하이얼은 중국에서 브랜드 가치 1위, 세계 냉장고 생산 1위, 세계 160여 개국 수출, 매년 70%씩 성장이라는 신화를 창출할 수 있었다. 하이얼은 전체 직원이 1년 계약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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