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겨울 들어 강추위가 계속된 12일 한파특보가 내려진 청주시내 곳곳의 그늘진 도로와 이면도로 등이 빙판길을 이뤄 보행자와 운전자들의 안전 운행이 우려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DB

미세먼지와 더불어 최근 겨울철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또 하나 있다.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Black Ice)'가 그것이다. 블랙아이스란 겨울철 기온이 떨어질 때 눈과 비 등이 도로위에 살짝 얼어붙으면서 만들어지는 빙판길을 말한다. 특히 매연·먼지 등이 함께 얇게 엉겨붙으면서 아스팔트와 구분이 잘 안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런 만큼 교통사고를 쉽게 유발하고,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구나 최근 온난화로 인해 겨울에도 눈 대신 비가 잦아져 관련 사고가 빈발하는 실정이다.

올 겨울에는 시작부터 사고가 잇따라 지난 14일에 영동 심천 6중추돌 등 충북에서만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22건이나 발생했다. 인접한 경북 군위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는 비슷한 장소와 시각에 총 50여대의 차량이 추돌하는 대형사고 2건이 터져 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치기도 했다. 역시 도로가 젖을 정도의 비가 내렸던 23일에는 전남 순천에서 시외버스가 미끄러지면서 마주오던 차량 2대와 부딪혀 1명이 죽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해외도 다르지 않아 같은 날 미국에서는 69중 추돌에 50명이 넘게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블랙아이스는 주로 밤새 기온이 떨어진 상황에서 약간의 비나 눈이 오는 경우 형성된다. 기온차로 인해 도로 표면에 쉽게 얼어붙고 터널 출입구, 교량 위 등 온도가 낮은 지역에 더 잘 생긴다. 또한 한번 발생한 곳은 앞선 차량의 타이어 마찰열로 인해 사고에 더 취약한 구조가 된다. 유독 대형사고가 많고 경험 많은 운전자도 사고를 피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주요 발생지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험지역 안내 등 사전 예고만으로도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블랙아이스와 관련된 교통안전대책은 아직 없다시피할 정도로 미흡하다. 그나마 관련 정보수집 기술이 지난해 개발된 정도다. 교통관리 기관 등에서 이를 파악하고 운전자들에게 정보를 전파하는 상용화는 제도미비로 요원한 실정이다. 주요 발생지점에 열선을 깔거나, 결빙을 막는 염수살포 등의 조치가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지만 예산확보가 문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지금 시범적으로 첫발을 내디디는 중이다. 결빙위험 표시판 등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초에나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빙판길의 교통사고 위험을 나타내는 제동거리를 보면 일반도로에 비해 승용차 4.4배, 화물차 7.4배, 버스 7.7배에 이른다. 평소 같은 대응으로는 사고를 피할 수 없고, 미끄러지기 일쑤여서 통제불능이 된다. 이같은 결빙사고 도내 다발지역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당장 급한대로 이를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고속도로와 국도 고갯길 등 취약구간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 이들의 노면 개선에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면 감속 등 안전운전으로 사고를 줄여야 한다. 실행은 고사하고 내용도 불분명한 대책발표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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