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구, 처리지침 미준수… 폐기물 의심 토사 '가축분뇨'로 둔갑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 청주시가 기본적인 폐기물 처리지침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폐기물 버리기 딱 좋은 도시'라는 오명을 새해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본보 9월 5일 1면, 11월 1일 3면 보도>

지난 11월 남기상 흥덕구청장과 환경위생과 A팀장은 흥덕구 상신동의 한 공터에서 폐기물 무단반출 현장을 적발하게 된다. 이곳은 폐기물 불법투기가 의심되는 지역으로 행정당국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 여부를 조사하기로 예정된 곳이다.

이날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남 청장과 A팀장은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드나드는 것을 목격하고 현장점검에 나섰다. 땅은 3m 가량 파여 있었고 시커먼 흙더미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당시 A팀장은 "토지주가 행정절차 시작 전 몰래 폐기물을 퍼내려다 적발됐다"며 "작업자 말로는 덤프트럭(15~25톤) 8대 정도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땅주인은 돼지똥이라고 주장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냥 돼지똥은 아니고 폐기물이 맞다"고 확신했다.

포크레인 기사와 토지주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외부로 나간 차량은 최소 8대에서 최대 13대로 추정된다. 약 250톤의 폐기물 의심 토사가 외부로 나간 것이다.

땅에 묻혔던 토사가 폐기물이 맞으면 지정된 업체를 통해 처리돼야 한다. 토지주는 운반증 및 폐기물 처리서류 등을 관할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폐기물이 다른 곳에 불법투기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토지주는 이 같은 서류를 내지 않았고 흥덕구도 해당토사가 얼마나 어디로 이동됐는지,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처리됐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악취를 내뿜던 폐기물 의심 토사가 농사에 도움이 되는 가축분뇨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A팀장은 23일 중부매일과의 통화에서 "그날 땅주인이 외부로 유출한 돼지똥이 어느 업체로 가서 처리됐는지 알지 못한다"며 "돼지똥의 경우 농지에서 거름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문업체에서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지나 이런 곳에 사용됐을 수도 있다"며 당시 외부로 나간 토사가 건강한(?) 돼지똥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 전 현장점검을 나섰을 당시 A팀장은 인근 주민이 현장을 찾아와 "저거 돼지똥이면 내 밭에 거름으로 쓰게 달라"고 하자 "거름으로 쓰는 돼지똥이 아니고 폐기물"이라고 말하며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물 처리과정에 대한 확인은 불법투기를 한 업체에 대한 단서를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송비·처리비 등을 불법투기를 한 업체 등에서 대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흥덕구 환경위생과는 언론과의 통화 이후 지난 11월 현장적발 때 확보한 트럭 차량번호와 포크레인 기사 연락처 등을 토대로 유출된 폐기물 의심 토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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