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영상문화발전 등 제1후보지 결정 입장 '진통' 예상
주민·소로초 동문·학자 708명 서명 청원서 26일 시에 제출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1만 5천년전에 청주 소로리에서 발굴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인 '청주 소로리 볍씨'를 기념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가 영상제작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청주시는 이곳에 영상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영상제작소(실내 스튜디오) 건립을 제1 후보지로 결정한 입장이어서 이 소식을 접한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 주민과 소로초등학교 동문, 국내외 학자들이 뜻을 모아 옛 옥산초 소로분교에 세계 최고(最古) '청주 소로리볍씨 박물관' 건립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708명이 서명해 26일 청주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청주시 옥산면 소로1구 오춘식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 동문들, 나기정 전 청주시장,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등 국내 저명학자와 세계 각국의 유명학자 등이 서명에 참가했다.

이들은 "미호천 지역의 농경 문화와 역사성이 밀접한 옛 옥산초등학교 소로분교에 '청주 소로리볍씨 박물관'을 건립해 청주시의 위상을 높이고 '직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주 소로리볍씨' 상징성과 역사적 스토리 텔링으로 주민의 자긍심과 주민의 소득 증대, 그리고 교육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박물관을 건립해 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유산국민신탁, 국제박물관협의회한국위원회, 한국박물관협회, 충청북도박물관협의회, 백산학회, 한국박물관경영마케팅학회, 한국박물관학회, 청주 소로리볍시기념사업회 등 한국문화예술계 각 단체의 성명서 발표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1997년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사전발굴에서 출토된 '청주 소로리볍씨'는 과학적인 연대측정을 통해 1만 5천년 전의 것으로, 중국 후난성의 출토(1만 2천년) 볍씨보다 앞서 있어 현재까지 '청주 소로리볍씨'가 세계 최고(最古) 볍씨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또한 지난 2003년 10월 영국의 BBC 방송을 통해 '세계 최고(oldest)의 순화벼'로 보도돼 AP·AFP·Le Monde에도 인용·보도된 바 있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고고학교재 Archaeology를 통해 2004년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첫 순화벼(first domestication Rice)'로 소개해 학술적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왔다.

청주 소로리2토탄층에서 확인된 볍씨
청주 소로리2토탄층에서 확인된 볍씨

2004년 1월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문화유산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서 등재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의미있는 '청주 소로리볍씨'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청주시는 소로리 마을 입구에 2016년 11월 23일 '청주 소로리볍씨 상징탑'을 준공한 바 있다.

국내 거명 학자들은 "고양시는 청주 소로리볍씨보다 1만년 뒤에 생성돼 신석기 시대 볍씨로 인정된 '고양가와지볍씨'의 중요성을 기리고자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을 만들고 지난 4월 29일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해 역사성과 고양시의 농경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청주는 그보다 더 의미있는 유물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를 활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역사성과 정체성을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소로리볍씨기념사업회(회장 박연석)는 "청주시는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청주소로리볍씨의 확고한 위상과 정체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상제작소는 다른 폐교 등 더 좋은 부지가 많음에도 왜 굳이 소로분교를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념사업회는 "생명문화의 원류로서 한없는 자긍심을 갖고자 온 국력을 동원해 경쟁하는 판에 우리의 '청주 소로리볍씨'가 찬물을 끼얹은 것은 감히 아무도 맞설 수 없는 과학적인 분석과 고고학적인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가 인정하는 인류생명문화인 쌀, 볍씨가 127톨이나 나오고 4, 5만년전의 토탄층이 발굴현장에 쌓여 있는데, 청주 소로리입구에 세운 상징탑만 녹슬고 있다. '문화도시 청주'로 가는 길은 바로 인간생명문화의 원류인 '청주 소로리볍씨'로부터 그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이곳을 영상제작소(실내 스튜디오) 건립을 위한 1후보지로 생각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이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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