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어디서 나오셨어요? 아 기자님이시구나, 제가 돈을 좀 드릴게요. 광고도 하고요."

지난 9월 불법폐기물 투기 의심장소에서 땅주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할아버지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초면인 어르신과 만난 지 1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대상에 맞지 않는 거침없는 말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김영란법의 순기능이 작동했다.

대화를 마치고 어르신께 '불법을 시인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전하며 관할구청인 흥덕구청으로 향했다.

다행히 구청 환경위생과는 이러한 사실(불법 폐기물 투기)을 인지하고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이미 불법 폐기물 투기로 행정처분이 내려진 곳이다. 단속주체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적발된 곳에 또 투기를 할까. 이들도 자존심이 상할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후 수개월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환경위생과는 법과 절차의 한계,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이 문제를 방관했다.

지난 11월 26일 환경위생과는 이 문제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지도팀장은 중부매일과의 통화에서 "며칠 전 무단반출 하려는 현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치를 취했다"며 "당시 현장에는 구청장님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땅주인은 돼지똥이라고 우겼지만 딱 봐도 폐기물이라며, 돼지분뇨에서 그런 냄새가 날 수 없다"고 기뻐했다. 불법을 찾아낸 팀장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팀장의 말대로 묻혀있던 토사가 돼지똥이라면 땅주인이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덤프트럭을 불러 내보낼 이유가 없다. 무단반출을 시도한 행위자체가 폐기물임을 인정하는 결정적 단서인 것이다.

그러나 이후 팀장의 변덕으로 이 사건은 새 국면을 맞는다. 팀장은 폐기물로 봤던 토사를 순수 돼지똥으로 둔갑시키고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당시 실려나간 250톤 가량의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언론 취재가 다시 시작되자 환경위생과는 사실 확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간 흥덕구 폐기물 관련 기사는 3차례 보도됐다. 이때마다 행정당국의 대응은 매번 이런 식이었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br>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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